가을의 문턱에서 -윤여설
가을의 문턱에서 - 윤여설 시인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문을 열면 멀리 시퍼렇게 공간을 차지하던 미류나무도 기가 꺾여, 엷은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가로수의 은행들도 노랗게 익어 보도에 떨어진다. 행인들의 옷소매도 길어졌다. 가을은...... 오지 않을 것같더니, 맹위를 떨치던 늦더위를 살짝 밀치고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소리 없이 반가운 손님처럼 찾아 왔다. 올해(1998년)의 여름은 유난히도 고통스러웠다. 정초부터 IMF의 한파로 사회 전체를 칼날처럼 얼어붙게 하며 치명적으로 살벌했다. 무더위가 주춤거리는가 싶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폭우가 지리산을 강타하고 경기도 북부지방을 융단 폭격하듯 휩쓸고 갔다. 그리고 잠시 후, 경북지역 낙동강 변을 할퀴고 갔다. 어느 지역을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