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내리는 눈 속에는 환한 미소띠고 나타나는 그가 있다 다가오다 서성이다 멀어져 갈 그 사람 밖엔 눈이 내린다! 가볍게 유리창에 부딪쳐 소유할 수 없는 우수의 파편들 내 손에도 가볍게 내려 기쁨보다 더한 아픔으로 진다 밖엔 눈이 내린다! 천지를 메우며 하늘이 지상을 향..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14.12.01
성탄목 성탄목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민다. 나뭇가지에 축복 소리가 울리도록 종을 매달고 불을 밝힌다. 노랗게 켜지며 반짝이는 등 노숙자들 발갛게 발광하게 춤추는 등 말기 환자들 파랗게 반짝이는 등 고단한 자들 노란등 발간등 파란등들이 캐럴에 맞춰 춤추며 축제판이다 소외된 곳..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11.12.23
상처 상처 인연은 순간이지만 결별은 요원遼遠인가 우연히 감싸안고 몸부림치는 강풍을 붙들고 휘청이며 치마가 뒤집혀 아우성인 나무(林)들! 열망으로 잃은 분별력은 무섭다 누구도 몰라주는 애정사태 서러운 울음의 하모니는 밤새 가슴을 파고들어 끝내 잔잔한 아침 밑둥 부러진 느티나무가 질펀히 누..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09.05.08
시집:문자메시지 해설(통신 시대의 시와 이모티콘의 세계) 통신 시대의 시와 이모티콘의 세계 박 혜 숙 (건국대 교수, 시인) 1. 문자 메시지의 시들 맥루한(M. McLuhan)이 이미 설파했던 ‘매체가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명제는 이 시대에 와서 급속도로 변화하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증명하고 있다. 거기다가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통신은 감정을 담은 무수한 기호..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07.11.04
단풍1 능선마다 계곡마다 풍물소리 잔치집 냄새 풍기듯 그네 뛰는 처녀 치맛자락 날리듯 한다 제가락 제흥에 젖어 덩실덩실 어깨춤추고 징,꽹과리소리 터널 속처럼 메아리친다 아릿아릿 어지러운 열두 발 상모 돌리는 구리빛 농부 만났더니 정감있는 상수리나무 누런 고깔 쓴 꽹과리 치는 작은 여공 다가가..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07.11.01
허물벗기 공원을 달린다 목련꽃 날개짓 축복 아래 한바퀴 돈다 시기를 내려 놓는다 개나리 재잘대는 울타리 바라보며 두 바퀴 뛴다 명예를 벗는다 뿌연 스모그 속 얼굴 드러내는 삘딩군을 바라보며 세바퀴 돈다 탐욕을 땀에 흘려보낸다 계사에 공작새 눈부시고 들려오는 잉꼬의 감창 네바퀴 뛴다 권세를 탈피..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07.04.26
고치짓기 0000000 (( 고치짓기 매일 실을 뽑아 두른다 계란처럼 둥굴게 모로 누운 모습 세월만큼 탄력 잃어 늘어가는 주름살 숨을 쉴 때마다 희수稀壽의 드라마 가득한 배腹가 가볍게 솟으며 내려 간다 할머니는 입 열면 작고한 증조부부터 부친까지 생생히 상면시켜주며 줄줄이 이어 나오는 근,현대사를 몸에 감..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07.03.25
까치둥지 까치둥지 마른 가지를 물고 비상하는 저 의젓 순박한 자태 흔들리는 가지 위에 잔가지를 물어다 소담스런 둥지 틀어 한겨울 삭풍에 견디는 너는 안다 잔가지 하나가 둥지가 되는 것을 수학을, 도덕을 몰라 둥지는 두 개가 필요치 않은 걸 은막의 알에서 깨친다 비굴치 않은 까닭에 잔가지를 물어 나르..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07.03.24
달팽이 달팽이 모든 걸 내려놓고 나비처럼 우아하게 날고 싶다 찰랑대는 물 밖의 세상은 얼마나 편안한가 영겁을 벗을 수도 있을 게다 평생을 따라붙은 궁핍을 부릴 수 없어 짊어진 형극의 고통을 질척거리며 가는 보혜미안 어디도 반기는 이 없다 붕어는 덩치 커도 자유로이 유영하는데 게도 굴에 평안한데 ..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07.03.15
먼길 먼 길 퇴근길엔 모든 것이 한갖져 곤하다 스모그처럼 짓누르는 스트레스도 곁을 스치는 살기등등한 경적도 그렇고 그저 안온히 눕고싶다 간판빛 유혹의 손길 현란한 거리 가득 찰랑대는 육질 굽는 냄새의 징그러움도 역하지만 어딘지 어둡고 우울한 곳을 밝히며 꿈을 뿌릴 듯한 별밭같이 은은한 조명.. 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2007.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