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문자메시지 (전편 수록)

달팽이

윤여설 2007. 3. 15. 08:40
 

 

 

달팽이

 


모든 걸 내려놓고 나비처럼

우아하게 날고 싶다

찰랑대는 물 밖의 세상은

얼마나 편안한가

영겁을 벗을 수도 있을 게다

평생을 따라붙은

궁핍을 부릴 수 없어

짊어진 형극의 고통을

질척거리며 가는 보혜미안

어디도 반기는 이 없다

붕어는 덩치 커도 자유로이 유영하는데

게도 굴에 평안한데

얼만큼 가야하나

눈 부칠 곳 찾아 작은 육신

단장들고 바닥을 기며

짊어진 이부자리

전생에 무슨 업보 있어

휘청거리게 무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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