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사 곡예사 깎아지른 벼랑 틈에 하늘을 인 소나무 한 그루 위태하다 그렇지 않다 낡은 건물 철골이 드러나듯 실타래 얽힌 듯한 뿌리가 깊숙히 붙들고 ��이 단단히 감싼다 폭풍우에 의연히 견디며 결별을 두려워 하는 열망으로 겨운 사랑을 한다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가로등 가로등 키큰 꾸 부 정 한 푼수 없는 사내가 유혹에 좋은 아내 내쫓고 패가망신 후 기다리다 지쳐 매일 밤 이마에 등불을 이고 후미진 골목을 밝힌다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권태기 권태기 십사년만에 부작용으로 결혼 반지 자국에서 진물이 난다 요즘 아내에게 멀어지는 걸 반지가 먼저 아는구나 www.poet.co.kr/youn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굴뚝 굴뚝 저 시들지 못하는 발기 밤이 되면 화산이 폭팔하듯 射精하며 하늘을 능욕한다 별들은 눈물을 흘리며 쫒겨갔고 하늘은 비명을 지르며 거칠게 저항하지만 막무가내다 알콜에 취해 영상에 홀려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엄청난 검은 양심들 잔잔한 아침 매캐한 목과 하늘에 떠 있는 뿌연 띠들만 밤의 상..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다듬잇돌 울 딸과 친구들~! 다듬잇돌 어느 한옥 앞에 쓰레기와 며칠을 버려져 있는 다듬잇돌을 가져왔다. 지금은 미화원도 외면하는 오물 축에도 못 드는 돌덩이가 된 것을 책장 옆에 놓았더니 이 퇴역의 기물이 마음에 희열의 여린 물살을 치며 조화가 있고 종일 다듬잇소리가 온방을 메아리친다. 곱게 가물대..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편지 편지 나른한 아침에 그건 눈부신 충격이었다 계엄령처럼 짓누르던 스모그가 밤새 비를 따라갔고 이슬 속같이 투명한 아파트 사이 머얼리만 뵈던 앞산이 잡힐 듯 닿아 파릇한 새싹에 벌써 초록의 바다되었다 매년 신이 보내는 서신 그 반가운 희열 수많은 언어들이 귀에 즐겁다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겨울나무 - 윤여설 시인 겨울나무 윤여설 시인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맨몸으로 견디는 것은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스스로를 버림으로 더 많이 얻는 것을 아는 수도승처럼 이겨낸다 온갖 번뇌를 떨군 자리마다 화두를 찾는 눈은 해를 보며 매서운 사랑을 알고 별을 우러러 진리를 얻는다 언 땅 속 실뿌리에 살아남..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담배 담배 후련하슈 어떠슈 시원할 것이외다 좋겠시다 참 좋겠시다 봄판에 얼음장 녹듯 사르르 풀릴 게다 내가 없었다면 많은 이들 참 외롭고 쓸쓸했을 게다 화장시키는 것도 부족해 혼까지 들어 마시고 풀어 삼발하고 하얀 미소지으며 당신 위안부로 사라지지만 잘 아시지요 당신이 후련한 만큼 나를 화..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해바라기 해바라기 가을 햇살에 칸나도 선연한 불을 뿜는다 봄부터 해쫓아 고개 돌리던 키큰 사내 기다림도 지쳐 환한 얼굴 희망도 절망도 잊으면 웃음 뿐인가 보다 해는 지는데 겨울은 칼날처럼 다가오는데 자리 찾는 잠자리 얼굴에 앉아도 깜작이지 않는 시선으로 아직도 담 밖 기웃거리는 가여운 희망 청상..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노송 :close();" target=_blank> 노송 뭉개구름을 이고 제멋대로 휘어진 가락이 기품 있어 흥취롭다 학이 나르듯한 운율에는 마을의 역사가 있고 겨운 시집살이 곧대로던 어머님 아, 아머님 한숨소리 들린다 해를 가리고 펴지는 부챗살 산조에 귀 기울이다 붓꽃이 활짝 망울을 터트렸고 졸참나무가 노랗게 물들던 ..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