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곡예사
깎아지른 벼랑 틈에
하늘을 인 소나무 한 그루
위태하다
그렇지 않다
낡은 건물 철골이 드러나듯
실타래 얽힌 듯한 뿌리가
깊숙히 붙들고
흙이 단단히 감싼다
폭풍우에 의연히 견디며
결별을 두려워 하는 열망으로
겨운 사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