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갈(解渴) 해갈(解渴) 여인이 기진맥진해 있다 마른침도 삼키지 못한 정욕에 열기만 뿜는 비애 까칠한 얼굴에 말라버린 가슴 은밀한 곳을 드러낸다 모자이크를 한 방죽바닥 석 달째 자비의 여인은 상사병에 자식마저 팽개친다 명태같은 몸매에 모든 것 포기하고 마른 눈으로 유혹하며 소리없이 흐느낀다 비틀리..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껌을 씹으며 껌을 씹으며 관능의 향을 머금고 제 형태를 잃지 않으려 발버둥이지만 치아의 잔인한 애무엔 흐믈흐믈 소프트해 진다 윗니 아랫니 사 이 중립 지키며 만끽하는 애정 치아와 조화롭게 몸을 섞으며 상기한 꽃망울이 터질 때같이 흥겨워 딱 딱 소리를 낸다 싸늘한 포옹과 뜨거운 결별 그 순간의 아름다운..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라일락꽃 라일락꽃 노곤한 몸이 쇠를 매단 듯하지만 마음은 설레이는 잔물결이다 화사한 골목에 재잘거리는 아이들 그리운 이 올 것 같은 기다림에 좀이 쑤신다 요염한 그림자 은은히 어른거려 문을 열면 까르르 웃으며 뒤돌아서는 그녀의 진한 몸내음 아! 어지러운 내 맘같이 싱거워가는 인생 시집:아름다운 ..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넝쿨장미 넝쿨장미 활활 타오르는 열기로 함성지르는 처녀들 웃음소리 들릴 때마다 은은한 선율이 흐르듯 살내음이 난다 지나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친다 관심두는 사람에게만 유심히 미소띠는 너! 종일 왕복하며 고무풍선처럼 부푼 미소에만 둔 시선 왜 봐주길 원하는가 가시에 지쳤나, 열기에 화상입었나 고..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먼 장미 먼 장미 상한 피처럼 네온이 손짓하면 황홀한 갈등 끝에 멈추는 카페 ‘도시생활’ 미술을 했다는 女주인 가시에 맺힌 이슬같은 미소가 우아한 실내 가득하다 다가가면 아득한 거리 순수하게 깊은 상처에 선혈이 붉게 솟는다 또 드러난 주머니 뼈시린 후회하지만 머리 속을 휘젓는 야릇한 인화력 가..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삿갓구름 삿갓구름 하늘이 그리움에 가슴앓다가 한 자락이 내려와 산봉오리를 포근히 감싸안고 애무를 한다 정열에 불타는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푸른 엄지족 저자 윤여설 지음 출판사 현대시단사 펴냄 | 2009.07.10 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표지글] 강아지풀 머~언 기 다 림 바람 불 때마다 살라이는 아쉬..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밤바다 밤바다 어둠 속을 달려와 백사장에 흰 이를 드러내고 울부짖다 돌아가는 밤파도 종일 유혹하던 산은 깊은 잠에 취했다 지켜보던 상현달도 별들도 차마 안쓰러워 구름 속에 숨는다 그리움에 지친 밤을 세워본 사람만 밤바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잠들지 ���해 뒤척이는 애절함이 옷깃에 스민다 선..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부활 부활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매일 닦는 오르가즘에 윤이 난다 안방에 우아한 장농 별을 보며 이상에 부풀어 형제와 즐겁던 날 밑둥에 죄없이 받은 형벌의 도끼날 가볍게 쓰러지는 괴성에 새들도 놀라 달아난 그곳에 가고 싶다 체념된 꿈의 곡조로 서로 몸비벼 울다가 건조장에서 미라되던 밤 꿈결에 전..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단풍나무 단풍 | 풍경사진 2005.10.31 단풍나무 나이가 들어뵈면 노숙해 안타깝다 지학(志學) 때부터 머리가 빠져 디스코텍 아가씨들이 기겁해 달아났고 장가들 때 애먹던 친구 덕쇠 이립(而立)에 유리같이 번들거리더니 민둥산 소나무 몇 그루 같은 머리털도 서리맞아 희뜩희뜩 하다 아예 연배와 어울려야 편해 ..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