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딸과 친구들~!
다듬잇돌
어느 한옥 앞에 쓰레기와 며칠을 버려져 있는 다듬잇돌을 가져왔다.
지금은 미화원도 외면하는 오물 축에도 못 드는 돌덩이가 된 것을 책장 옆에 놓았더니 이 퇴역의 기물이 마음에 희열의 여린 물살을 치며 조화가 있고 종일 다듬잇소리가 온방을 메아리친다.
곱게 가물대는 호롱 밑에 정갈한 쪽지신 조모님과 하나 될 수 없는 경계처럼 다듬잇돌을 사이에 두고 이마를 맞댄 모친이 한풀이하듯 두드리는 소리 스테레오를 이루는 새 광목은 눈처럼 바래고 내다보면 초겨울밤 절벽같이 을씨년스런 아파트뿐인데 개구리가 어지럽게 울어대며 산수유 내음이 진동한다.
안방에 예기를 읽으시던 조부님께서 늦은 부친 나무라시는 음성에 별들이 몸 움츠리고 모친이 숨죽인다.
아, 증조부님!
여섯 살 때까지 내 고추를 자주 만지시며 곶감을 주시던 증조부님의 가늘어가는 해소 소리가 사랑에서 잔물결치고 뒷뜰 댓잎에 이슬 맺히는 소리 들린다.
모처럼 조상님들을 다 뵈었다.
푸른 엄지족
문자메시지
아름다운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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