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노송

윤여설 2005. 12. 26. 12:13

                             

 

 

 

노송



뭉개구름을 이고

제멋대로 휘어진 가락이

기품 있어 흥취롭다

학이 나르듯한 운율에는

마을의 역사가 있고

겨운 시집살이 곧대로던 어머님

아, 아머님 한숨소리 들린다

해를 가리고 펴지는

부챗살 산조에 귀 기울이다

붓꽃이 활짝 망울을 터트렸고

졸참나무가 노랗게 물들던

선율은 갈수록 웅장하게 서럽구나

곡조 아래 아늑한 추억들

때까치집 같이 내리던

점순이 벌써 세상에 없고

내 얼굴 주름이 는다

인공(人共) 때 부친이 피했다던

돌비알 곱게 한 맺힌 창(唱)이

하나 둘 불밝히는

마을 향해 잔잔히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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