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허수아비 가을 속에 결실들이...... 이 푸근한 흙냄새 황금나락은 농부 땀방울 구리빛 사내 부릅뜨고 홀로 서 있다 타는 눈빛 들녘을 바라보다 동네를 바라보다 동구밖 응시한다 그녀는 언제 돌아오나 젖멎이 없는 동네 푸른 엄지족 저자 윤여설 지음 출판사 현대시단사 펴냄 | 2009.07.10 발간 카테고리 ..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이상한 성형수술 이상한 성형수술 주치의가 누군가 수술은 손색없이 실패할 것이다 무자비한 집도에 아이들이 유영하던 개천은 어디 갔을까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운데 당산나무 옆 잡초와 개똥이 즐겁던 뒷동산은 영영 갔다 한 번 잘 못된 수술은 수술로도 고칠 수 없다 앞니 빠져 더욱 천진한 아이네 구옥은 아파트..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가난한 기쁨 가난한 기쁨 높은 곳은 땅이 하늘보다 멀어뵈고 우러르는 차가운 곳 계수나무 아래 옥토끼 방아찧고 이태백이 노는 달동네 내 것 없어 발 아래 바다같이 펼쳐진 도시가 모두 내 것이다 등산하는 이들 측은한 눈길 열쇠목걸이한 아이들 기꺽여도 이것은 개망초 저 지렁이 울음 천국이구나 결핵앓던 옆 ..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허공의 모자이크 허공의 모자이크 어디로 가는 건가 엄동에 삶의 터를 찾아가는 건 힘들게 장엄하다 이 도시는 구경하듯 지나치지만 적절한 모양새를 잃지 않는다 뭘 생각하며 가는 건가 난무한 스캔들과 오염된 세상을 비웃듯 내려보며 안무하는 새떼들 때로 등산객의 가쁜 숨결처럼 고고한 음성이 애틋하다 상해 흐..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부패한 아름다움 부패한 아름다움 밭이 아니야 환경에 적응할 줄 알아야지 소금물에 몇 시간 수양하더니 의기양양한 녀석들 몸부림도 멎고 기가 꺾였다 고춧가루 전신에 화장하고 죄없이 끌려간 독 절대공간에 절정의 고독을 견디다 못해 해탈했나 보다 풋풋한 모습은 흔적 없고 발효된 누릿한 얼굴로 식탁에 오른 원..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밤파도 밤파도 안온한 어둠을 헤치고 병사들이 인해전술로 몰려와 상륙하려다 맥없이 흩어진다 밤새워 격렬히 들끓는 해조음 아무렇지 않은 잔잔한 아침 굳건히 방어한 절벽의 허리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자국들 하얗게 질려 밤을 지켜본 벼랑에 해당화 한 송이 두려움에 지쳐 붉은 눈물이 맺혀 있다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술의 노래 술의 노래 사랑해다오 한 맺힌 넋을 구천을 맴도는 가련함 초록 한 번 틔우지 못하고 누룩으로 썩고 주정으로 건져진 영혼 어서 사랑해다오 사랑한 양만큼 그대 투명한 이성에 상처 내고 한을 풀어야 흙으로 돌아간다 그대 몽롱해 어질어질 핏발선 눈빛은 내 영혼 이제 안식 찾아 잠들고 싶다 푸른 엄..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사라지는 저녁 연기 사라지는 저녁 연기 아직은 정말 멀쩡한데 고요가 짓누르는 마당에 널브러진 가재도구들 갯벌에 누운 폐선마냥 쓸만한 집이 사위어 간다 강이 그림같이 흐르는 어귀에 장승 내외가 먼 바래기한다 붙드는 당산나무를 뒤로하고 스모그가 위협하는 낯선 곳으로 갔다 안개처럼 휘감고 도는 저녁연기 아..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부평초 부평초 이곳 저곳 기쁘잖은 없는 사람 이사다니는 고통보다 큰 아픔도 드물게다 통근거리나 정서로는 옮기는 것이 개운하지만 포장하면 어디 숨었었는지 없는 듯 자잘한 것이 손길 잦은 이삿짐이다 내놨더니 속모르고 유쾌히 볕하고 재잘거리는 가재도구들 보증금과 노비문서 같은 계약서를 맞바꿔 ..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여름 여름 출근길 보도블럭 틈새 간밤 비에 퍽 자랐구나 애틋한 이슬방울을 달고 겨누는 창끝이 귀엽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비밀을 숨기듯 발을 깊숙이 감춘 잡초들 사운대는 바람에 머리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즐거운 듯 부끄러운 듯 마주하고 옹알거린다 기하학적으로 삭막한 시멘트 공간에 연한 동작 하..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