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鄕愁) 나를 이 곳에 묶어둔 것은 무엇일까 공간을 찾는 술래되어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돌아 겨우 주차시켰다 키를 뽑고 잠시 머리 들면 정말, 사방을 완전히 전제적 폭압으로 가로막고 서 있는 아파트 군락 환히 불들을 매달았지만 절대 절벽이다 늘어진 몸을 끌고 나를 위해 불밝힌 공간을 찾아 간다 에레.. 시(詩) 2007.04.17
유랑객 관심 밖이다 눈길도 주지 않는 차가움 아쉬워 낯선 거리의 쇼윈도우를 두드리고 괜스레 가로수를 흔들면 낙엽만 아픔처럼 진다 반가움에 초면의 숙녀 치맛자락을 슬쩍 건드리고 웃는 사내의 넥타이를 당기면 치한이라도 만난 듯 매무새하며 종종걸음 친다 아득한 길을 왔어도 반기는 이 없는 서러움 .. 시(詩) 2006.11.23
가을편지 낙엽에 우표를 붙이면 엽서가 될까 아니다 우체국은 규격봉서 외라 거절했다 가로수는 아직 옷을 다 못벗어 반라의 고행자같이 애석하지만 소임을 다해 위대한 낙엽들 늦가을 바람은 고적한데 내 마음 뒹구는 낙엽 그대여! 동봉한 이 낙엽이 도착되거든 뜻대로 하셔요 다만 그대와 사이에 지퍼를 달.. 시(詩) 2006.10.14
남산 미녀 허리처럼 완만한 곡선에 누가 꽂았을까 허약한 도심의 복판에 거대한 황소가 등에 창을 맞고 신음한다 아무도 맡지 못하는 피냄새 노을도 서글퍼 창을 비켜간 뒤 잔물결 치는 달빛이 걸려 아쉽다 누구도 관심두지 않는 상처난 몸으로 수도를 이끌어 간다 등에 박힌 통신탑에 시달리며 우리를 향.. 시(詩) 2006.09.26
풍경(風磬) 은핫물 지줄대는 목어도 잠든 새벽 뼈 속이 시리도록 서럽게 밝힌 어둠 그 누가 고요히 흔들어 깨우는가 뎅그렁 들려 오는 부처님 곧은 음성 중생은 그 심오한 말씀 알 수 없어 저으기 아늑한 사바세계 교교히 퍼져가는 청정한 설법에는 노송도 감화되어 듣지만 내 마음 굳은 바위 나의 홈페이지 클릭.. 시(詩) 2006.09.04
지천명(知天命)의 문 앞에서...... 새치가 늘어가고 가끔 돋보기를 써야 한다. 요즘 치아 두 개를 고쳤다. 어금니 중 내가 싫다며 달아난 부분을 때웠다. 앞니도 금이 가서 깎아낸 뒤에 씌웠다. 멀지 않은 곳까지 와서 기다리는 신의 전갈이 온몸에 도착되기 시작하는구나. 이제야 좀 철이 드는 걸까? 평생 상처를 주고받은 친구와 통화했.. 시(詩) 2006.08.05
나팔꽃 높이 오르고 싶은 것은 본능일까? 관음증이 있어서 일까 확성기를 짊어지고 나무에 삶의 줄을 메며 오르는 알피스트다 헛디디지 않으려 사투한 겨우 3층 높이의 우듬지 엿보는 각 층은 안온하다 들려주는 메시지는 관심 없다 매미울음만 못하다 둘러보면 마천루의 건물숲에 철탑같은 나무들 머리 들.. 시(詩) 2006.05.20
아카시아꽃 반갑잖게 오는 더위도 좇기는 봄도 아쉽다 오월은 어쩐지 엷어지는 차림의 인파가 물결친다 그 하나를 덧없이 쫓는 눈은 아리한데 정신을 가다듬으면 푸르름을 덧칠하는 앞산 자욱이 피어오른 은은한 꽃구름 모를 듯 알 듯 향이 짙다 걸맞잖게 달콤한 사련을 꿈꾸며 얼얼해지는 아직은 사십 대 후반 .. 시(詩) 200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