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64

가을의 문턱에서 -윤여설

가을의 문턱에서 - 윤여설 시인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문을 열면 멀리 시퍼렇게 공간을 차지하던 미류나무도 기가 꺾여, 엷은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가로수의 은행들도 노랗게 익어 보도에 떨어진다. 행인들의 옷소매도 길어졌다. 가을은...... 오지 않을 것같더니, 맹위를 떨치던 늦더위를 살짝 밀치고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소리 없이 반가운 손님처럼 찾아 왔다. 올해(1998년)의 여름은 유난히도 고통스러웠다. 정초부터 IMF의 한파로 사회 전체를 칼날처럼 얼어붙게 하며 치명적으로 살벌했다. 무더위가 주춤거리는가 싶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폭우가 지리산을 강타하고 경기도 북부지방을 융단 폭격하듯 휩쓸고 갔다. 그리고 잠시 후, 경북지역 낙동강 변을 할퀴고 갔다. 어느 지역을 강..

수필 2006.02.13

-영화【실미도】를보고 - 윤여설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폭력 -영화【실미도】를보고 - 윤여설 시인 실미도가 매일 한국영화의 흥행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액션영화로서의 실미도는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장면이 클라이막스라는 점과 시사성(時事性)이다. 도입부의 사형집행 장면과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다는 김신조의 회견 등이 범상치 않게 전개될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지옥에 가까운 비인간적인 몽둥이질의 훈련장면과, 진흙탕에서 수달처럼 철조망을 통과하는 장면, 눈밭에서의 전투 등등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전대미문의 리얼한 장면들을 훌륭하게 연출해냈다. 교도소에서 감언이설에 속아 차출된 중범죄자들은 북한에 침투해 김일성의 목을 따오면 면죄부를 받아 사회에 복귀해준다는 말을 사실로 ..

수필 200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