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64

결혼반지

결혼 반지 사후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죽음은 산자와 확실하게 이별하는 것일까? 아니면 죽어서도 원하면 아내와 다시 만날 수가 있는 것일까? 교통사고를 경험한 나는 가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대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다. 수술을 받을 때마다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뺐다. 삶에 있어서 이 보다 더 쓸쓸하고 허전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결혼생활 15년동안 반지를 뺀 것은 이번까지 세 번째다. 공교롭게도 수술을 할 때만 반지를 뺐다. 신혼 때에는 반지가 손가락에서 좌우로 돌고 조금은 어색해 빼어놓고 다녔으나 아내는 출근할 때에 늘 끼워주었다. 나도 또한 남자의 밋밋한 손보다는 반지 하나 정도는 끼어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오늘에 이르렀다. 평상시에는 반지가 끼어 있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

수필 200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