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단풍 | 풍경사진 2005.10.31 단풍나무 나이가 들어뵈면 노숙해 안타깝다 지학(志學) 때부터 머리가 빠져 디스코텍 아가씨들이 기겁해 달아났고 장가들 때 애먹던 친구 덕쇠 이립(而立)에 유리같이 번들거리더니 민둥산 소나무 몇 그루 같은 머리털도 서리맞아 희뜩희뜩 하다 아예 연배와 어울려야 편해 ..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곡예사 곡예사 깎아지른 벼랑 틈에 하늘을 인 소나무 한 그루 위태하다 그렇지 않다 낡은 건물 철골이 드러나듯 실타래 얽힌 듯한 뿌리가 깊숙히 붙들고 ��이 단단히 감싼다 폭풍우에 의연히 견디며 결별을 두려워 하는 열망으로 겨운 사랑을 한다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가로등 가로등 키큰 꾸 부 정 한 푼수 없는 사내가 유혹에 좋은 아내 내쫓고 패가망신 후 기다리다 지쳐 매일 밤 이마에 등불을 이고 후미진 골목을 밝힌다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권태기 권태기 십사년만에 부작용으로 결혼 반지 자국에서 진물이 난다 요즘 아내에게 멀어지는 걸 반지가 먼저 아는구나 www.poet.co.kr/youn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굴뚝 굴뚝 저 시들지 못하는 발기 밤이 되면 화산이 폭팔하듯 射精하며 하늘을 능욕한다 별들은 눈물을 흘리며 쫒겨갔고 하늘은 비명을 지르며 거칠게 저항하지만 막무가내다 알콜에 취해 영상에 홀려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엄청난 검은 양심들 잔잔한 아침 매캐한 목과 하늘에 떠 있는 뿌연 띠들만 밤의 상..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다듬잇돌 울 딸과 친구들~! 다듬잇돌 어느 한옥 앞에 쓰레기와 며칠을 버려져 있는 다듬잇돌을 가져왔다. 지금은 미화원도 외면하는 오물 축에도 못 드는 돌덩이가 된 것을 책장 옆에 놓았더니 이 퇴역의 기물이 마음에 희열의 여린 물살을 치며 조화가 있고 종일 다듬잇소리가 온방을 메아리친다. 곱게 가물대..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편지 편지 나른한 아침에 그건 눈부신 충격이었다 계엄령처럼 짓누르던 스모그가 밤새 비를 따라갔고 이슬 속같이 투명한 아파트 사이 머얼리만 뵈던 앞산이 잡힐 듯 닿아 파릇한 새싹에 벌써 초록의 바다되었다 매년 신이 보내는 서신 그 반가운 희열 수많은 언어들이 귀에 즐겁다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겨울나무 - 윤여설 시인 겨울나무 윤여설 시인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맨몸으로 견디는 것은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스스로를 버림으로 더 많이 얻는 것을 아는 수도승처럼 이겨낸다 온갖 번뇌를 떨군 자리마다 화두를 찾는 눈은 해를 보며 매서운 사랑을 알고 별을 우러러 진리를 얻는다 언 땅 속 실뿌리에 살아남..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담배 담배 후련하슈 어떠슈 시원할 것이외다 좋겠시다 참 좋겠시다 봄판에 얼음장 녹듯 사르르 풀릴 게다 내가 없었다면 많은 이들 참 외롭고 쓸쓸했을 게다 화장시키는 것도 부족해 혼까지 들어 마시고 풀어 삼발하고 하얀 미소지으며 당신 위안부로 사라지지만 잘 아시지요 당신이 후련한 만큼 나를 화..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능선 능선 무슨 비밀이 있어 저리도 평화로운가 침침한 내 시선을 가져가며 구수회의를 하고 있는 이들의 굽은 등만 보인다 내용은 무엇일까 세월만큼이나 가파르게 굽어 척추마디가 들어나 뵈는 노파의 등 짐처럼 어느 청년의 등에 노송들이 한 같은 풍경을 엮는다 어떤 멍에가 씌워져도 운명처럼 마다 .. 카테고리 없음 200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