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초
이곳 저곳 기쁘잖은
없는 사람 이사다니는 고통보다
큰 아픔도 드물게다
통근거리나 정서로는
옮기는 것이 개운하지만
포장하면 어디 숨었었는지
없는 듯 자잘한 것이
손길 잦은 이삿짐이다
내놨더니 속모르고
유쾌히 볕하고 재잘거리는
가재도구들
보증금과 노비문서 같은
계약서를 맞바꿔 번거롭게
막 떠나려는 순간!
아,
못 실은 것이 있다
손 흔드는 옆집 앞니 빠진 아이와
뛰어오는 그 집 검둥이하고
친숙하게 든 정
눈감고 훤한
이 골목의 역겨운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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