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부평초

윤여설 2005. 12. 26. 11:41
 

 

 

 

 

부평초



이곳 저곳 기쁘잖은

없는 사람 이사다니는 고통보다

큰 아픔도 드물게다

통근거리나 정서로는

옮기는 것이 개운하지만

포장하면 어디 숨었었는지

없는 듯 자잘한 것이

손길 잦은 이삿짐이다

내놨더니 속모르고

유쾌히 볕하고 재잘거리는

가재도구들

보증금과 노비문서 같은

계약서를 맞바꿔 번거롭게

막 떠나려는 순간!

아,

못 실은 것이 있다

손 흔드는 옆집 앞니 빠진 아이와

뛰어오는 그 집 검둥이하고

친숙하게 든 정

눈감고 훤한

이 골목의 역겨운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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