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출근길 보도블럭 틈새
간밤 비에 퍽 자랐구나
애틋한 이슬방울을 달고
겨누는 창끝이 귀엽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비밀을 숨기듯 발을 깊숙이 감춘
잡초들
사운대는 바람에 머리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즐거운 듯 부끄러운 듯
마주하고 옹알거린다
기하학적으로 삭막한 시멘트 공간에
연한 동작 하나로 갸륵한
아직 사랑하는 신의 첨병이다
민들레 개망초 명아주 쇠별꽃 개쑥갓
모두들 반갑구나
시집: 아름다운 어둠<2003 시문학사 89페이지 수록>
문자메시지
푸른 엄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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