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여름

윤여설 2005. 12. 26. 11:41
 

 


여름



출근길 보도블럭 틈새

간밤 비에 퍽 자랐구나

애틋한 이슬방울을 달고

겨누는 창끝이 귀엽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비밀을 숨기듯 발을 깊숙이 감춘

잡초들

사운대는 바람에 머리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즐거운 듯 부끄러운 듯

마주하고 옹알거린다

기하학적으로 삭막한 시멘트 공간에

연한 동작 하나로 갸륵한

아직 사랑하는 신의 첨병이다


민들레 개망초 명아주 쇠별꽃 개쑥갓


모두들 반갑구나



 

 

 

 

 

 시집: 아름다운 어둠<2003  시문학사 89페이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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