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사라지는 저녁 연기

윤여설 2005. 12. 26. 11:42
                                

 

 

 

사라지는 저녁 연기




아직은 정말 멀쩡한데

고요가 짓누르는 마당에 널브러진

가재도구들

갯벌에 누운 폐선마냥

쓸만한 집이 사위어 간다

강이 그림같이 흐르는 어귀에

장승 내외가 먼 바래기한다

붙드는 당산나무를 뒤로하고

스모그가 위협하는 낯선 곳으로 갔다

안개처럼 휘감고 도는 저녁연기

아직은 간간한데

돌아오길 기다리며 마을을 지키는

까치울음

태어나 묻힐 곳을 안 올 듯 떠났다

그들의 아쉬움이 뒷산 청솔을

키질하며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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