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폐주(廢主) 밤의 폐주(廢主) 네온이 손짓하는 초저녁 아파트 옥상의 피뢰침에 걸린 연이 꼬리를 흔드는 사이 안색 흐린 보름달이 걸려 있다 유리창에 얼비친 불빛보다 초라한 아무도 관심밖인 밤의 제왕 현란히 피어나는 간판들과 은은히 어둠을 삼키는 가로등에 패한 밤의 허수아비다 지배해야 할 어둠을 빼앗..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지하철역에서(1) 지하철역에서(1) - 8 : 25분 옆구리 트는 순간 폭포처럼 쏟아지는 인파 순식간에 계단을 차올라 황급히 사라지는 물결 하루 종일 기다려도 뒤쫓아 오는 것은 없었다 푸른 엄지족 저자 윤여설 지음 출판사 현대시단사 | 2009-07-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표지글]강아지풀머~언 기 다 림바람 불 때..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철길에서 철길에서 낯선 이곳에 유배될 꿈이나 꾸었을까 한 때 밀림에서 튼튼한 근육을 자랑하며 키 크고 덩치 좋아 부러운 눈총 샀을 녀석들 참, 고맙구나 건강한 죄로 미이라되어 콜타르 전신에 화장하고 자갈 위 누웠다 육중한 하중을 온몸으로 받아도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고 침목(枕木)들은 ..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지하철역에서.2 지하철역에서(2) _ MINISKIRT 한여름은 사우나탕 여인 셋이 벤치에 앉아 열차를 기다린다 여인 하나는 부채질을 하고 한 여인은 땀을 닦으며 다른 여인은 옷을 추적거린다 맞바래기 나 보기만 해도 시원한 꼭 청량음료 마신 듯한 여섯 줄기 폭포 저 부서져 내리는 찬란한 물결 가끔 폭포 아래..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움직이는 계단 움직이는 계단 지하철 출근길 밀물같이 싣고 에스컬레이터는 바삐 올 내 라 려 가 오 고 고 콘크리트 같은 얼굴로 교차하는 시민들 먹이를 노리는 매다 칸막이가 설치될까 두렵다 웃을 수도 있을 텐데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레일 레일 그것은 고통이었다 같이 산다는 것은 신의 곰살갑지 않은 원한이었다 同情일까 童貞일까 한 집에 발목잡혀 낙없는 고통 머리에 이고 서로 마주보고 웃고 위로해도 손목 한 번 잡을 수 없는 사랑 지켜야 할 순결은 만날 수 없는 부부의 고통이 만든 안전운행 내가 지금 누워 있는 것은 누구 때문일..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강변역에서 강변역에서 핸들을 쥐고 응시하는 눈 망치나 스패너를 든 손에 의해 저 두 줄기 레일이 살아 번뜩인다 존엄한 노동은 역사한다 사는 것이 팍팍한 때는 강변역으로 가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영원으로 열린 저무는 플랫폼 이 세상을 실어오고 실어가는 열차에 마음 한끝을 보내고 신뢰로 뭉친 쇠소..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시집 <아름다운 어둠> 해설:서정의 아이러니 抒情의 아이러니 김태진 (홍대교수, 문학평론가) 1. 들어가는말 시쓰는 방법은 관념(觀念)을 설정하고 연관성있는 사물(事物)을 끌어들이는 것과 사물을 쳐다보고 관념을 설정하여 주제화 시키는 것, 그리고 사물의 속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내는 것 등 이 있다 하겠으나, 이 모든 방법의 공통점은 언..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2005.12.26
결혼반지 결혼 반지 사후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죽음은 산자와 확실하게 이별하는 것일까? 아니면 죽어서도 원하면 아내와 다시 만날 수가 있는 것일까? 교통사고를 경험한 나는 가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대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다. 수술을 받을 때마다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뺐다. 삶에 있어서 이 보다 더 쓸쓸하고 허전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결혼생활 15년동안 반지를 뺀 것은 이번까지 세 번째다. 공교롭게도 수술을 할 때만 반지를 뺐다. 신혼 때에는 반지가 손가락에서 좌우로 돌고 조금은 어색해 빼어놓고 다녔으나 아내는 출근할 때에 늘 끼워주었다. 나도 또한 남자의 밋밋한 손보다는 반지 하나 정도는 끼어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오늘에 이르렀다. 평상시에는 반지가 끼어 있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 수필 2005.12.25
불신의 시대 (수필 15매) 불신의 시대 윤 여 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서로를 믿지 못했을까? 모두가 보이지 않게 감시당한다. 도로에서, 은행에서, 현금 인출기 앞에서, 백화점 매장에서, 병원 로비에서, 지하철 플랫폼에서. 어디든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우리를 노려보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서로가 .. 수필 200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