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밤의 폐주(廢主)

윤여설 2005. 12. 26. 11:37

 

 


밤의 폐주(廢主)




네온이 손짓하는

초저녁

아파트 옥상의 피뢰침에 걸린 연이

꼬리를 흔드는 사이

안색 흐린 보름달이 걸려 있다

유리창에 얼비친 불빛보다 초라한

아무도 관심밖인

밤의 제왕

현란히 피어나는 간판들과

은은히 어둠을 삼키는 가로등에 패한

밤의 허수아비다

지배해야 할 어둠을 빼앗겨

옛 권위를 회복하려는 듯

고독감에 기웃거리는

안방은 TV가 차지하고 ......

둘러보면 거느린 별들도

스모그에 창백하게 빛을 잃었다

이제 달은 가장 처량한

밤의 황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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