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조용히 다가온다.3월의 끝자락에서 겨우내 잠들었던 것들이 깨어나고, 그제야 사람들은 달력을 들여다보며 본격적인 봄을 실감한다. 화려하지 않아서 아름답고, 서두르지 않아서 깊은 달. 나는 그래서 4월을 좋아한다.누군가는 4월을 "잊혀진 봄"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벚꽃은 어느 해보다 빨리 피고, 졸업과 입학은 이미 지나갔으며, 연휴도 없이 무던한 일상만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무던함이야말로, 4월의 품격이다.4월의 풍경은 절정이 아니라 여정이다.매화가 진 자리에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진 자리에 연둣빛 이파리가 돋는다. 그 틈에 진달래와 목련이 차례를 다투고, 하늘은 날마다 다른 표정으로 바람을 품는다.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은 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