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창의 묘에서!
- 윤여설
413년 전에 가신 기생의 무덤 앞에 섰다.
38세의 짦은 삶을 뒤로하고 떠난 여인!
수 많은 선인들의 무덤 앞에 머리숙여 봤으나, 오늘처럼 애절하고 안타까운 건 처음인 것같다.
관기와 아전 사이에서 태어나, 관기의 삶을 걸어야 했던
매창(梅窓)!
스스로 자신의 호를 "계생"에서, 창에 어리는 매화 즉"매창"으로 바꾸어 지었다고 한다.
관기녀의 삶은 공물(公物)에 불과하다. 보통 12세에서 16세 사이에 살수청을 들기 시작한다. 즉, 수령의 성노리개부터 각종 연회에 끌려가서 춤과 노래를 선사하고, 시도 지어야 했다.
기록에 의하면 악한 수령에게 맞아 죽거나, 장애를 입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도령이 구해준 성춘향이처럼 수청을 거부하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조선왕조는 기록의 문화이다. 또한 중앙집권제여서 모든 관료(수령)는 임금이 임명했으며, 그 기록이 모두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도 한글로 번역돼서 D/B가 됐다.
매창처럼 기록이 정확한 경우도 드문 것같다.
조선 3대여류시인 중에,
*황진이는 대범하고 화끈하다 . 남성편력도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작품이 몇 점 보일 뿐, 실체(기록)가 없으며 전설적이다.
얼마전! 북한에서 황진이묘를 복원했다고 한다.내가 언제! 살아 생전 가 볼 수 있을지??
*허난설헌은 허균의 누나이며,
명문가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란 시인이다. 시집살이가 문제가 돼서 27살에 요절했다. 그의 작품은 표절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다. 사후에 작품집<난설헌집>이 중국과 일본에서 유명해진 최초의 한류스타였다. 매창보다 10살이 많다 . 기록은 정확히 남아 있다. 내가 자주 참배한다.
이매창은
유희경과의 사랑으로 널리 알려졌고 수절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매창은 후처로 3년간 서울살이를 했다. 수절을 했건 후처가 됐건 기생의 삶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후처로 갔다면 신분상승을 위해 수절한 것보다는 낫다.
그럼 매창의 작품이 후세에 남은 것은 무었 때문일까?
한마디 그의 작품에 스민 "은은한 그리움"이다 .
널리 알려진 그의 한 작품을 살펴보자!
배꽃비 흩부릴 제
- 이매창
배꽃비 흩날릴 제 울며부여잡고 이별한 임
가을바람에 낙엽지는데 그도 날 생각할까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고교 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유희경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로 전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우리말로 풀었다.
"배꽃 질 때, 즉 봄에- 헤어진 연인이 낙엽지는 가을인데, 그도 나를 생각할까?- 외로움 꿈만 오락가락한다는, - 이별의 아쉬움을 나타낸 시이다.
贈醉客- 취하신 손님게
-이매창
醉客執羅衫 / 취한 손님이 윗옷을 잡으니
羅衫隨手裂 / 윗옷이 손 따라 찢어지네.
不惜一羅衫 / 저고리 하나쯤 아깝지 않지만
但恐恩情絶 / 님이 주신 온정까지 찢어졌을까 두렵네요.
술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기생 매창은 취한 손님이 저고지를 잡아당겼서 찢어졌나보다.
보통 기생였다면 매우 짜증스럽고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매창은 저고리는 아깝지 않지만, 손님이 주신 온정까지 찢어졌을까? 두렵다고 했다. 매우 아름다운 시이다.
이 외에도 전해오는 한시(漢詩)시엔 "남의 아픔을 배려하며 이해"하는 정서가 가득 담겨 있다. 남의 고통을 보듬으며 위로한다.
즉, 갸륵한 기생였다.
허균 등, 많은 관료나 선비들이 매창과 시를 주고받았고 문집에 남겼다.
시인들 중엔 매창을 친구라고 부른 분도 있다.
그러나 매창은 기생일 뿐이다.
한양에서 첩살이 3년을 마치고 다시 고향에 온 관기의 삶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지금은 매창의 제사를 서원에서 주관한다. 또한 그의 묘는 기념물로 지정됐고 매년<매창문화재>도 열리고 있다.
사실! 베이비 부흥세대는 매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70년대 이후부터 그에대한 연구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매창의 무덤 앞에 꽃 한송이 바치며 그의 넋을 위로한다. 나의 고단한 삶도 매창에게 위로받고 싶다.
시성詩聖 매창梅窓 앞에
머리 숙인다!
2023년 4월 17일
전북 부안군 부안읍 매창로 89 매창공원 (매창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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