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국역<촌은집>을 읽고

윤여설 2023. 3. 18. 09:14

 

 

 

 

 

 

도봉산입구의 유희경과 이매창의 시詩 조형물(유희경은 도봉서원 창건에 관여했다)

 

 

 

국역<촌은집>을 읽고

- 조선시대 가장 낭만파 시인 유희경

 

                                               - 윤여설

 

 

유희경이 지은 <촌은집>이 한글로 번역돼서 출간됐다.

조선중기 한시대를 풍미한 시인의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출간된 일종에 전집형식이다. 문학사적 의의가 매우 큰 작품집이다. 책의 앞부분에 연보가 추가됐고, 현대적 해석과 번역자의 해제와 뒤에 원문(영인본)까지 수록돼 있다. 사후 387년만이다.

촌은 유희경(1545~1636)은 서울에서 태어나 92세까지 장수한 당시엔 매우 보기 드문 시인이다. 또한 평민에서 가선대부까지 오른 대단히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조선시대 3대 여류시인인 부안의 매창과 연정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매우 파격적인 로맨스를 뿌렸다. 유희경은 부안의 매창이 시와 거문고에 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갔다. 둘은 시를 논하며 정을 주고받았다. 매창은 유희경보다 28살이 아래였다.

이매창이 유희경과 이별한 후에 지은 시를 소개한다.

이화우 흣뿌릴 제

- 매창

이화우(李花雨)흩날릴 때 울며 부여잡고 이별(離別)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할까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또한 유희경이 부안에 매창과 이별하고 서울에 와서 매창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를 소개한다.

매창을 생각하며

(懷癸悢)

- 유희경

그대 집은 낭주(부안)에 있고

내 집은 한양에 있다네.

서로 그리워도 만나지 못하니

오동잎 떨어지는 빗소리에 애만 끊기는구려!

두 시인 모두가 가을에 지은 시이다. 봄에 배꽃이 질 때 헤어졌고, 가을인데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애틋함이 짙게 배어 있다. 매창은 "봄에 이별했고 가을이 됐는데 유희경이 나를 생각할까"라고 읊었고, 유희경은 매창과의 거리가 남원과 서울이라서 그리워도 만나지 못해 오동잎이 지는 가을비소리에 애가 끓는다고 읊었다. 마치 서로 주고받은 듯한 느낌이 드는 두 작품이다.

그러나

매창은 매우 정조관념이 강한 기생였고, 유희경은 매우 예의가 바른 시인이다. 매창은 기생신분였지만 유희경이 첫남자이자, 마지막 남자였으며 수절하다가 38세에 생를 마감한다. 유희경 또한 일부다처가 허용된 시대임에도 매창 외에 다른 여인을 가까이 하지 않은 것같다. 물론 유희경은 유부남였다.

유희경이 263여편의 작품을 남기고 또한 낮은 신분으로부터 상류사회 진입까지를 살펴볼 때, 타의 추종이 불가한 성실성과 지혜로움이다. 또한 성격이 매우 원만했던 것으로 보인다.

80세의 나이에 주위에 권고에 따라서 당시의 문인들과 함께 금강산을 유랑한다. 지금도 80세는 작은 나이가 아니다. 당시의 여행조건도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유희경은 노구를 끌고 여행을 마친다.

유희경이 90세에 지은 시한편을 살펴보자.

구십탄(九十歎)

내 인생 아흔 나이가 참으로 가련하니

치아며 머리칼은 다 빠졌고 정수리는 어깨에 걸렸네.

곁 사람에게 묻노니 그대 또한 늙을 텐데

인간 세상 그 누가 나와 같은 나이런가.

평균수명이 35살이던 시대에 90살 때에 유희경은 진솔하게 자신의 모습을 시로 그렸다. "아흔살이 되니 치아와 머리가 모두 빠졌고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왔다"고 저리 당당하게 자신의 노화된 모습을 묘사했다.그처럼 유희경은 솔직하고 담백한 시인이다.

참여시에 해당하는 작품은 엿볼 수 없으나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참전한 매우 애국적이 시인이다. 또한 부친이 사망하자, 12살의 나이에 묘소에서 3년간 시묘살이한 효자이기도 하다. 당대의 지식인으로 써, 또한 중인에서 상류사회의 종2품 가선대부로 진입할 때까지 매우 어려움도 컸을 것이다. 그가 남긴 시는 모두가 서정성이 풍부하다. 그리고 문학성이 높다.

유희경은 조선 중기의 위대한 시인이며 국문학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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