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1 7

화랑대역에서

화랑대역에서기차는 멈췄고시간은 그 자리에 앉았다.창문 너머로수많은 이별과 만남이기적소리에 실려 흘러갔던그 날들의 정거장발자국조차 낡은 플랫폼 위로바람만이 종종걸음친다.낡은 시계는 멈췄지만기억은 멈추지 않았다.누군가는 입영하던 날,누군가는 마지막 편지를 들고여기,이 하얀 역 앞에 서 있었다.철길 위로 쓸쓸히 내려앉은 햇살,그 틈새로 나는 묻는다."그 시절의 나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기차는 오지 않는다.그러나 마음은,오늘도 이곳에서 다시 출발한다

시(詩) 2025.04.01

광대나물

광대나물햇살보다 먼저길가를 차지한 작은 입술,너는 이름부터 웃음을 품었다광대나물,사람을 놀리는 풀.누구 하나 주목하지 않아도네 보랏빛 혀는들판의 바람에 기꺼이 노래를 부른다.돌틈에서도, 마른 흙에서도사람 손 닿지 않는 자리에 피어나어디든 봄이라 속삭이며아이처럼 깔깔 웃는다.오늘도너를 지나치다 멈춰 서서슬며시 눈을 맞춘다.세상이 아직 따뜻하구나,네가 웃고 있으니.

시(詩) 2025.04.01

고독과 바다, 그 너머의 사랑

고독과 바다, 그 너머의 사랑바닷가 카페에 앉아 있다. 창밖으로 넘실거리는 파도가 쉼 없이 다가왔다가 밀려간다. 쓸쓸한 겨울 바람이 유리창을 스치고, 나는 뜨거운 커피잔을 두 손에 감싸 쥔다. 파도 소리에 마음이 젖는다. 그 소리는 어쩐지 아내가 피아노로 치던 쇼팽의 녹턴 같기도 하다. 부드럽고, 아련하고, 슬픈.내 나이 이제 60후반을 훌쩍 넘었다. 언제부터인가 매년 겨울이 더욱 춥게 느껴진다. 몸이 추운 게 아니다. 마음이 시리다.나는 34개월, 겨우 돌을 막 지난 아이였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연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니의 울음과 그 뒤로 찾아온 지독한 외로움만은 어린 마음에도 선명했다. 그러나 나는 살아야 했다. 고통은 때론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나는 고개를 들고 걸었다...

수필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