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생물/한국의 뱀

살모사(殺母蛇) - 세계에서 한국에만 사는 독사

윤여설 2021. 8. 19. 22:44

 

<한국의 뱀>

 

 

살모사(殺母蛇)

세계에서 오직 국내에만 서식하는 독사

 

 

- 윤여설 시인

 

 

 

중학교 시절 산길을 따라서 하교를 할 때였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져올 때였다. 발걸음을 떼는 순간! 무엇이 앞에서 번쩍 뛰어올랐다. 바지깃에 끌려오는 것은 살모사였다. 독니가 낚싯바늘처럼 안으로 휘어져서 바지깃을 물고 빼지 못한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발을 흔들었다. 뱀은 떨어졌으나 독니가 바지깃에 걸려 있었다. 가을이라서 뱀이 최고로 독이 올랐던 계절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살모사(출처:한국환경과학원 도감)

 

살모사는 국내 독사 3종(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중에 오직 전 세계에서 국내에만 서식하는 토종이며 고유종이다. 국내 뱀 11종 중에 유일하다. 우리나라 뱀은 주로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동북아에 공동으로 서식한다. 살모사가 한국 고유종인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국내만 서식할 수 있는지 아직 연구는 부족하다. 또한, 다른 고유종에 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져서 그 생명체들이 한국에서 영원히 생존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들이 국내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영원히 또 한 종이 줄어든다. 종은 소멸하면 복원이 거의 불가하다.

논산, 고향에 외우(畏友) 문제일 씨가 보내온 살모사

 

살모사와 쇠살모사(불독사)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몸색변화가 심한 쇠살모사와 이 녀석과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놈은 혀가 검고, 쇠살모사는 혀가 갈색이다. 살모사 전체의 길이는 30~55cm 정도로 살모사종류 중에서 중간 정도의 크기이다. 저 위에 사진에서처럼 뚜렷한 무늬와 늡늡한 모습이 뱀들 중에 가장 씩씩해 보인다. 몸에 검정바둑알처럼 선명한 무늬가 동글동글하게 있어서 비교적 구별이 쉽다. 하지만 이놈도 몸색변화가 심해서 어떤 경우는 몸전체가 검정색을 띠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연적인 변화이다. 같은 지역이라도 산속에서 발견된 녀석과 물가에서 발견된 녀석의 몸색이 다른 경우도 있다. 특징으론 모든 비늘에 뚜렷한 용골이 있다. 다른 뱀들에 비해서 비늘이 선명하고 확실해서 구분이 쉽다. 지역에 따라서 까치독새 혹은 부에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리면 사망할 수도 있다.

-논산, 고향에 외우(畏友) 문제일 씨가 보내온 살모사. 고마움을 전합니다.

 

나무가 우거진 곳이나 밭, 습지 주변에서 발견되지만, 서해안의 섬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주로 개구리를 주식으로 하지만, 도마뱀이나 쥐 등을 잡아먹으며 섬에서는 지네 등도 포식한다. 그리고 물고기 사냥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아주 능숙하게 낚아 먹는다. 보통 5월~9월에 짝짓기를 하고 8월경에 새끼를 2~20마리까지 낳는 경우도 있다. 다산을 하는 편이지만 갓 태어난 새끼들은 매우 작아서 까치나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번식력이 높은 편은 못 된다.

-고군산열도 무녀도 2020년 5월29일

 

뱀은 낮에만 활동하는 놈도 있고, 밤에만 활동하는 놈도 있다. 능구렁이나 쇠살모사 등은 밤에 먹잇감 사냥을 하고 구렁이나 유혈목이(꽃뱀), 무자치, 누룩뱀 등은 낮에 먹이 사냥을 한다. 한다. 그러나 모든 뱀이 낮에 나와 볕을 쬔다. 뱀들은 비가 온 뒤에 날씨가 맑으면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서 도로나 바위 등으로 나온다. 즉, 열을 축적하기 위해서다. 비에 젖었을 때가 활동력은 가장 약하지만 가장 눈에 많이 띄기도 한다. 이런 때가 보통 비 온 뒤 다음날이다. 농부들은 일하러 들로 나갈 때이고, 도시인들은 아침 운동이나 등산하기 좋은 시간이다. 이런 날은 뱀을 조심해야 한다.

이 지구 표면은 사람의 활동영역이지만 뱀들의 활동영역이기도 하다. 길을 가다가 뱀을 만났으면 뱀이 내 앞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뱀이 사는 곳을 지나가는 것이다. 만물을 다스리는 것은 만물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같은 동물이자, 지능이 높아서 생태계의 꼭짓점을 점한 인간이 해야 할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