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뱀>
누룩뱀
-가장 많이 서식하는 뱀
- 윤여설 시인
붉은오목눈이가 둥지 근처에서 요란스럽게 짖여대서 살펴봤더니, 뱀이 살금살금 나뭇가지를 타고 접근하고 있었다. 가는 나뭇가지가 무게에 휘청이자. 머리를 쭉 빼고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서 오르는 모습이 숙달된 곡예사 같다. 잘 살펴봤더니 누룩뱀이다. 작년에도 붉은오목눈이가 둥지를 틀었고 그때도 누룩뱀이 접근했었다. 생태계는 귀소본능이 있어서 작년에 떠났던 둥지에 제비가 다시 찾아오듯이 또다시, 오목눈이가 둥지를 틀었고 누룩뱀이 접근했다.
농로에 양수기가 단전이 잘 돼서 살펴봤더니 누룩뱀이 올라가 전선에 걸쳐서 죽어 있었다. 놀랍게도 수직의 콘크리트 전신주를 타고 오른 것이다. 꼭대기에 있는 새 둥지를 노리고 올라갔을 것이다. 주로 쥐와 새를 많이 포식한다. 새의 경우는 둥지의 알이나 갓 부화된 어린 객체를 좋아한다. 모두가 냄새로 추적했다. 뱀은 귀는 없지만 냄새를 맡는 능력이 탁월하다.
국내에서 나무를 오르는 뱀은 무독사 중에는 누룩뱀과 구렁이뿐이다. 주로 구렁이는 큰 나무를 오르고 누룩뱀은 작은 나뭇가지를 오른다. 두 녀석은 사촌쯤 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누룩뱀을 산 구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끔 백사(白蛇)가 발견되곤 하는데, 주로 이 누룩뱀의 알비노 현상에 의한 돌연변이이다. 백사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천적에 노출이 잘 돼서 수명이 길지 못하다.
또한 묘지 주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묘지가 따뜻한 장소에 조성돼서 뱀이 서식하기에는 매우 적합하다. 묘지에서 발견되면 보통 조상의 화신 혹은 묘의 수호자라고 생각해서 죽이지 않고 잘 대접한다. 국내도 그렇고 외국에서도 그런 나라들이 많다. 가까운 중국, 일본, 등등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며 독은 없다. 또한 서식지도 다양하다. 둑이나 개천 혹은 산악지역 그리고 시골의 주택가에서 발견된다. 예전엔 무자치(물뱀)가 가장 많았으나 농약 등의 살포로 많이 줄어들었다
전체의 길이는 70~90cm 정도이지만 큰 녀석은 1m가 넘는다. 누룩을 닮아서 누룩뱀이라고 부르지만 몸색의 변화가 심해서 회갈색 또는 황갈색이지만 검정색도 있다. 또한 이 녀석은 자신을 방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사람이 접근하면 역한 구린내를 풍기기도 한다. 자신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먼저 냄새를 풍겨댄다. 땅꾼들이 뱀을 발견하지 못했어도 냄새로 그 지역에 뱀이 있는 것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냄새 때문이었다.
이 녀석의 또 다른 특징은 의태(擬態)행동이 매우 심하다. 위기가 닥치면 머리 모양을 살모사처럼 삼각으로 만들며 꼬리를 떨기도 한다. 마치! 자신이 엄청난 독사라도 되는 척한다. 사람들이 독사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사를 흉내를 낸 머리는 삼각이 심하고 머리가 크다. 단번에 독사 흉내임을 알 수가 있다.
전국의 모든 다양한 지역에 서식하기 때문에 부르는 이름도 많다. 밀뱀, 금화사, 석화사 밀구렁이, 이시루레레기 등이다. 또한 쥐를 잘 잡아서 다이온쥐잡이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든 뱀은 단독생활을 한다. 집단생활은 짝짓기철과 동면 외에는 모이지 않는다. 또한 동면을 하러 갈 때도 쥐구멍 등을 통해서 바위틈이나 묘지 안 등으로 찾아 들어간다.
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두려움과 공포감 그리고 징그러움이다. 나도 탐사 중에 만나면 섬찟한다. 원시사회에서 사람이 파충류의 먹잇감이 돼서 머리에 각인됐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그 두려움이 유전자를 통해서 내려오는 것이다.
창세기에는 이브를 꼬드겨서 선악과를 먹게 한 간교한 이미지로 나온다. 이제는 좀 더 생명과학적인 접근으로 뱀의 존재성을 파악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이 지구 표면에서 사람과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가는 건강한 생태계가 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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