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봉화산 둘레길을 걸으며......!

윤여설 2018. 10. 1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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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산 둘레길을 걸으며...... !

       

 


 

                                                                                                                                          - 윤여설 시인

 

   


   올해 여름은 내 생에 가장 무더웠다. 도심의 아스팔트에서 뿜어나오는 온도는, 차량모니터에 50도를 넘어 현시하고 있었다. 그 여름에도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 둘레길을 걸었다. 총길이 4.2km를 걷고 나면 땀으로 1kg정도의 체중감량 효과가 나타난다.


   이제 단풍이 곱게 번지며 제법 신선한 바람이 분다. 어디선가 무엇이 뚝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상수리가 내 앞에서 뒹군다. 그런데 다람쥐의 먹이인 이 열매를 줍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보인다. 안타까울 뿐이다.


   이른 아침이지만 사람들은 바삐 걷는다. 지금 내 앞에도 뒤도 사람들이 걷고 있다. 도심에 이 정도의 숲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 오솔길을 만들어준 나무들은 태어나면 한 자리에 그대로 서서 생을 마감한다. 인간이 걷는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니 모든 생명체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신의 무한 혜택인 것 같다.


   이 봉화산 정상엔 봉수대가 있다. 함경도에서 온 봉화가 남산(면목산)을 향해 보내는 마지막 봉수대이다. 이 작은 산의 정상엔 봉수대 외에도 봉화제도당이라는 당집이 있다. 매년 4월이면 이곳에서 무형문화제로 지정된 당굿이 행해지고 있다. 또한 산 중턱엔 성황당이 있다. 성황당은 이 지역에 모든 신들의 우두머리이다. 이것으로 봐서 평야지역에 우뚝 선 이 산은 고대시대부터 이 지역을 지배하는 정신적 지주가 됐을 것이다.


​                                                (봉화산(160미터)정상의 봉수대와 당집)

 

    산은 품에 숲을 안고, 숲은 나뭇가지에 생명을 품는다. 또한 나무와 나무 사이 작은 길을 내준다. 오솔길이다. 다만, 이 산을 돈다고 해서 둘레길이다. 모든 동식물들은 서로 보완하고 도와가며 생태계를 만들어 간다.

   숲에 들면 우선 공기가 신선하다. 그리고 머리가 맑아진다. 숲에서 뿜어나오는 피톤치드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숲은 볕을 차단해서 언제나 일정한 기온을 유지시켜준다. 소나기를 만나도 큰나무 아래서 잠시 기다리면 비를 심하게 맞지 않는다. 둘레길은 산의 지형에 따라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계단이나 평지와는 달리 모든 근육을 골고루 사용한다.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것은 움직인 다는 것일 것이다. 내가 이 길을 매일 걷는 것은 내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로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만물에 일부분일 뿐이다.

   반대편에서 한 무리의 스님들이 걸어오고 있다. 나이가 든 큰스님 뒤로 상좌나 행자로 보이는 스님들이 따르고 있다. 어딘지 떳떳하며 삭발한 머리가 근엄하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 있는 것은 없는 것이요. 없는 것은 있는 것이다. 지극히 역설적이며 추상적이다. 잘 와 닿지 않는다. 그처럼 세상은 이치가 없고 아무도 알 수가 없다는 뜻이 아닐까?


   비교적 깨끗하게 정리된 둘레길에 가끔 나뒹구는 패트병과 비닐봉지들, 누군가의 양심이 버려져 방황하고 있다.

   나무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머리를 들었더니 다람쥐가 내려다본다. 피하지 않는다. 사람과 친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경우는 땅에 내려와서 도토리 등을 입에 물고 사람이 다가가도 달아나지 않는다. 참으로  귀엽고  토실하다.



                                                                                    (봉화산 성황당)


   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는다. 늘 달달한 섭식과 배가 불러도 먹는 것은 사람 뿐이다. 영양과잉은 비만을 만들어 당뇨가 생기고 고혈압을 유발한다. 동물들도 우리에 가두면 과식을 하고 비만을 유발한다고 한다.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생태계에서 가장 맹수인 인간이 과식을 하는 것은 삶 자체가 늘, 스트레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스트레스와 욕심이 복합돼서 과식을 한다.

    

  낮익은 노인이 마주오고 있다. 이 시간이면 꼭 만나는 사람이다. 70대중반인 그는 폐수술을 여러번 했고 관절염이 심했으나, 이 둘레길을 걸으며 폐활량이 점점 회복되고 관절이 좋아지고 있다고 흡족한 표정으로 말한다.

  

   사람의 몸엔 움직여야 하며, 걷고, 뛰어야 하는 유전자가 잠재되었다고 한다. 또한 움직이지 않으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살려면 걸어라, 라는 말이 있다. 과체중이건, 저체중이건 움직여야 한다.

   고대인들은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는 생존행위가 운동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자가 많고 주부 또한 고된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다. 세탁기는 빨래질을 대신 해주고, 식기세척기는 설거지를 대신해 준다. 이제 요리도 주문해서 먹을 수가 있다. 그리고 이동도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된다. 이제 움직일 필요성이 적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건강을 위해서는 한정거장 전에 내려서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것이 매우 좋다고 한다.

   산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둘레길을 걷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중랑구에 위치한 산이다(고도160m).

동쪽에 아차산 주능선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단독 구릉이어서 북

쪽으로 불암산 · 도봉산과 양주 일대까지,

서쪽과 남쪽으로도 높은 산이 없어 남산과 한강이남 지역도 조망할 수 있다.

일명,봉우재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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