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황화정(皇華亭)은 원위치에 복원돼야 한다

윤여설 2020. 6. 28. 13:42

 

 

연무읍 봉곡서원 앞에 있던 황화정 비석이다 .  예전엔 황화정 정각 앞에 서 있었을 것이다 .  우암 송시열의 글씨이다 .  이 비석은 다시  2017 년 황화정노인정 앞으로 옮겨졌다 .

 

 

 

 

​황화정(皇華亭)은 원위치에 복원돼야 한다

 

               - 윤여설 시인

 

 

경목선 1번국도에 접한 충남 논산시 연무읍 고내리엔 황화라는 지명이 있다. 고유지명이며 법정지명은 아니다. 1960년도 전엔 전북 익산군 황화면이 존재했었다. 춘향전의 이도령이 과거에 급제 후에 암행어사가 돼서 내려갈 때 은진, 까치다리, 황화정(皇華亭) 장어미고개, 여산읍 순으로 등장하는 지명이다.

이 황화면은 원래 전라북도의 첫고을였다. 지금은 논산시 연무읍의 안녕이고개 혹은 황화정고개라고 부르는 제2훈련소 수용연대가 자리한 곳부터였다. 그러나 5.16이후에 금산과 황화면은 충남에 편입된다. 황화면은 충남에 편입되면서, 구자곡면과 통합되어 논산시 연무읍(鍊武邑)이 됐다. 황화면은 이렇게 사라졌으나

아직도 황화초등학교가 있고 황화우체국과 황화버스정류장이 예전을 기억하며 지키고 있다.

 

이 황화면의 지명은 황화정이라는 정각에서 유래가 됐다.

 

황화정은 임금황皇 빛날화華 정자정亭 즉, 말 그대로 좋은 일을 맞이하고 치루는 곳이다.

 

유독 이 지역엔 황皇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논산에 황화산성이 있고 강경에 황산동이 있으며 익산에 황등이 있다. 연산의 옛지명도 황산이다. 일부에선 중국의 지명을 차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지역은 백제의 수도 부여와 백제의 또 다른 궁성인 익산의 왕궁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즉, 백제의 왕이 부여와 익산의 왕궁 사이를 자주 오가며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된다.

황화정은,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전라감사를 지낸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의 공문서 일기인 '완영일록(完營日錄)'을 보면 새로운 전라감사(도지사)가 부임하면 이 황화정에서 신구감사 임무교대식을 하는 곳이다. 당시 전라감사는 전라남북도와 제주도까지 관할했다.

 

그 행사는 화려하고 성대했다.

수백 명의 취타대가 도열했고 지방의 수령(군수, 현감)들이 황화정에 나와서 신임 감사를 맞이했다. 이 황화정의 정확한 위치는 지금의 봉곡서원(1번도로인 연무읍 고내리 1087-35) 앞이다.

 

일부에서는 전라북도 정도 1000(2018)년을 지나면서 이 황화정을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황화정과 똑같은 경상감사 이취임식을 했던 문경새재의 교귀정(交龜亭)도 1999년 경북 개도 100년을 맞이하여 복원됐다. 황화정도 복원해야 맞다. 그런데 황화정을 예전의 위치가 아니라 춘향전에 나오는 장어미고개에 복원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장어미고개는 현재의 충남과 도계가 있는 전북 여산면 월곡이다. 전라감사의 임무교대식이 거행됐던 황화정이 있던 곳이 충청도가 됐으므로 황화정을 전라북도에 복원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지금의 위치에서 여산 쪽으로 3킬로정도 아래에 위치한 곳이다.

 

어찌보면, 전라감사교대식의 고유한 역사행사를 충청도에서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는 일견 타당성이 있을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글로벌화된 디지털사회에서, 비록 지금은 충청남도이지만, 황화정을 원래의 장소에 복원하고 전라감사임무교대식행사를 예전 장소인 충남 황화정에서 치룬다고 해서 아무도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충남은 황화정의 복원비용을 부담하면 될 것같다. 유적이 충남에 있기 때문이다.

충남과 전북이 잘 협의만 하면 두 도가 하나가 되는 멋진 행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황화정을 복원하면서 두 도가 협의한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행정업무가 어디에 있겠는가?

 

또한

문화재는 수몰지역이거나 특별한 이변이 없으면 제자리에 복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복원이 이전이 돼서는 안 된다. 그것이 문화민족이요, 성숙한 K의식일 것이다. 따지고보면 예전엔 익산이건 논산이건 모두가 백제였던 지역이다. 백제의 유물은 부여에도 발견되고 익산에서도 출토된다.

 

단지, 행정구역이 바뀌었다고 복원하는 문화재의 위치도 바뀐다면 조상님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실까? 또한 후손들은 어떻게 볼까?

 

황화정은 예전의 위치에 복원하는 것이 원칙인 것같다.

 

 

 

 

 

 

○ 전라북도는 조선후기의 대표적 실학자이자 전라도관찰사를 역임한 풍석.hwp
9.09MB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네스코 등재 서원 9곳을 모두 답사하고 -옥산서원(玉山書院)에서  (0) 2021.05.28
올해의 봄  (0) 2021.03.27
봉화산 둘레길을 걸으며......!  (0) 2018.10.18
노을을 담으며~~  (0) 2018.01.11
한글고비  (0) 2018.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