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봉화산에서

윤여설 2007. 9. 21. 12:24

    

                                              (정면에 보이는 산이 봉화산이다)

                                

 

  마을의 뒷산인 봉화산에 가끔 올라간다. 해발 160미터정도의 자그마한 산이다. 산이라기보다는 그저 산책코스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근린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서 아침마다 주민들이 올라와서 운동을 한다.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다. 아차산의 지류를 이루고 있어 봉수대의 이름이 아차산 봉수대이다. 
    봉수대에서 바라보면 북쪽으로는 도봉산이 있고 그 왼쪽으로는 북한산이 위용을 자랑하며 평풍처럼 둘러져 있다. 그리고 오른쪽엔 수락산이 있고 그 아래로 불암산이 있으며 또한 동남쪽으로는 아차산이 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남산이 잡힐 듯이 다가서 있다. 
    서울 어느 곳에서 바라봐도 마찬가지지만, 정상에 오를 때마다 둘러보면 북쪽 도봉산과 수락산 아래로 형성된 분지에는 상계지구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남쪽을 바라보면 주택단지가 들어서 있고, 간간히 재개발되는 곳은 거의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저 빈틈없이 들어찬 아파트들, 아니 콩나물시루보다 더 많이 들어찬 것 같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리고 그 위로 검뿌연 스모그가 죽음의 띠처럼 둘러쳐 있어서 곧 내려와 도시를 압사시킬 것만 같다. 나도 저 아래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불안하고 또한 비참한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빈 공간을 두고 도시를 설계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또한 서울이라는 도시가 대단하구나! 저 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래도 다 먹고 마시고 잠을 자는 구나! 정말, 어느 작은 나라의 인구보다 더욱 많이 사는 것 같다. 또한 이 도시가 그래도 살아 움직이는 걸 보면, 서울에 사는 우리도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고 또한 이 도시를 움직이는 행정력도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시를 꼭 이렇게만 설계해야만 했을까?


    서울의 주택난이 심각했다고 하지만, 저 속에 사는 나도 가끔은 답답한 느낌을 갖는다. 저 아파트 사이로 흐르는 중랑천에는 지금 붕어가 살고 있어 가끔 낚시꾼들을 본다. 아마 도시가 개발되기 전에는 맑은 물에 붕어뿐만 아니라 각종 어류들이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식수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물이다. 오염에 강한 붕어와 몇 종류의 민물고기만 살고 있다. 
    진부한 말이지만 생명체는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더욱 그렇다. 주택에서 문을 열면 앞집에 가려 하늘조차 보기 힘들다. 골목은 벌써 자동차들이 점령해버렸다. 가끔 멀리 보이는 것은 수십 질 절벽인 아파트들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자랄까? 우선 하늘이 잘 안 보이므로 가슴이 답답해서 아이들이 파괴적이고 충동적일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다는 말들을 한다. 배운만큼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조기 교육 탓에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은 물론 한문이나 영어까지도 깨우친다. 옛날 같으면 모두 신동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기적이며 또한 부모의 말도 잘 따르지 않고 신경질적이다. 모두가 환경의 영향 탓이 클 것이다.


    그럼 고층아파트 윗층에 사는 아이들을 어떨까? 그들은 우선 멀리 보이고 세상이 모두가 아래에 있는 것으로 생각할 것 같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아직 사물을 정확하게 구분치 못하는 시기이다. 아이들이 시력을 완전히 회복하는 나이가 9세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우선 두렵다. 고층에서 내려다보면 처음에는 보통의 성인도 공포증을 느낀다. 그런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우선 부모와 같이 지내므로 안정을 유지하지만 내심 바깥의 세계가 두렵고 불안할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 아이들은 자라면서도 현실이 내내 어지럽고 공포스러울 것이다. 사람은 유전적인 요인과 반복되고 학습되어서 인격이나 성격이 형성되어간다. 요즘은 유전적인 요인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인격형성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고층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에 일상의 현실을 불안하고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할 것이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틀림없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아직 고층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이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한 결과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상적인 도시의 녹지 점유율은 30%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땅은 우리만 살고 버릴 땅이 아니다. 자자손손 후손에게 물려줄 터전이다. 
    지금 재건축이나 재개발되는 곳은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예전보다 많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가해야 할 것이다. 무슨 정치적인 이유로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반성해보자. 이 땅은 우리만 살고 갈 땅이 아니다.


 


* 봉화산 - 서울 중랑구 묵동에 위치. 해발 160.1미터 
             정상에 봉화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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