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문학의 즐거움 시 낭송회

윤여설 2007. 9. 30. 20:31

   

 

 

 

      가는 길도 즐거웠고 오는 길도 즐거웠다.

    서울에서 함께 동행한 8분과의 대화도 즐거웠다. 연세대에서 해부학을 강의 하셨다는 오영근 선생님(미국 워싱턴)과  인간의 삶은 투쟁의 역사임의 강조하시던 이한용 시인님, 새벽의 문즐을 여는 정숙자 선생님, 생명공학 DNA의 노민석 선생님 그리고 옆에 앉으셨던 이복현 선생님이 준비해오신 술빵(?)도 - 참 � 있었다. 그리고 늘 누나처럼 낯설지 않은 목필균부회장님과 작품에서 현대적 감각의 세련미와 아름다움을 겸비한 윤정옥시인님이 함께 동행했다. 평생 처음 타보는 고속철도 한껏 즐거움을 더해줬다. 그 고속철이 빠르긴 빨랐다. 부산까지 2시간 40분에 주파했다. 예전보다 두시간이 단축되었다. 
    첨 와보는 다대포의 해변은 백사장이 상당히 길었고 넓었다. 
저녁 식사 중에 앞에 펼쳐진 바다와 정박해 있는 배, 그리고 그 너머의 송림의 배경이 한편의 영화 한컷을 연상케 했다. 또한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창 너머의 노천 파라솔아래서 식사를 하는 풍경이 아주 행복해보였다. 내가 자리를 아주 잘 잡고 앉은 것 같았다. 그리고 김영관 회장님이 시와 산문집 “바람의 길목에서”와 부산의 문즐회원인 윤석환 시인님의  시집 “天  人  地”를 증정해 주셨다._ 발간을 축하드리며 문학사에 길이 남기를 기원합니다. 

    목필균 부회장님의 사회로 진행된 해변의 시낭송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즐거움이었다. 어둠이 몰려드는 초여름밤의 낯선 바다! - 지금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환상에 젖어든다. 
    갯내음 속에서 하트모양의 촛불이 모래를 수 놓고 그 가운데서 시를 낭송하는 것을 바라만 보아도 기쁨이었다. 간간히 어디선가 쏘아올린 폭죽이 우리 시낭송회를 축복해주었으며 가끔 하늘을 날아가는 여객기도 인상적이었다. 그곳이 김해공항의 정기항로인 것 같았다. 부러운 시선으로 우리 모임을 바라보며 지나가던 젊은 남녀들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시가람회원인 문인선 시인님의 시낭송이었다. 여름바다와 어울리는 흰색 모자와 원피스 차림으로 “견우와 직녀”를 낭송한 시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스포티한 인상에 아주 낭낭한 목소리로 다대포의 밤을 수놓았으며, 그 순간 하늘의 견우와 직녀도 감동해서 칠월칠석 전에 한번 더 만났을 지도 모르겠다. 

    숙소인 둔치도에 돌아와 윤고영 선생님이 리더가 되어 뒤풀이가 이어져다. 모두 흥에 겨웠고 즐거웠다. 동요,가요, 포크송 등등, 수도 없이 이어지는 윤고영 시인님의 노래와 기타 반주에 회원 모두는 감격했다. 노래방에서 3차가 무르익어갈 때는 벌써 새벽3시를 넘기고 있었다. 작가들은 노래도 수준급이었다. 또한 문즐에서만 보다가 직접 만나 뵙는 즐거움이 참으로 큰 기쁨이었다. 모두 사진보다는 잘생긴 미남미녀들이었다.(*나는 “ - ”하고)  어느 여류시인이 나에게 사진보다 참 못생겼다는 말에 아주 많은 위로를 받았다. 사진이라도 잘 나왔으므로 참으로 다행이다. 즐거움이 즐거움을 덧칠하는 구포의 밤은 깊어만 갔다. 벌써 어슴프레한 먼동이 트고 있었다. 어둠이 물러가고 있다. 시계를 봤더니, 새벽 5시를 넘기고 있었다.  잠시 눈을 부치고 아침을 맞았다. 들판에 노는 백로와 강물. 아! 내가 낙동강에 와 있구나! 아침에 펼쳐진 낯선 풍경들. 하룻밤을 너무 즐겁게 보낸 탓에 나는 가장 낯선 곳을, 가장 익숙한 곳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후에 우리는 태종대를 향했다. 부산은 항구도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섬처럼 떠 있는 대형 선박들이 아주 이국적인 정취에 젖게 했다. 사실 나는 바다를 자주 접하는 편이 못된다. 잘해야 일년에 대여섯번 정도다. 태종대에서 바라본 부산앞바다! 전망대의 수십미터 아래 갯바위에서는 강태공들이 낚시질을 하고 있었고 안개가 짙은 바다에는 여전히 배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앞에 잡힐 듯이 다가오는, 등대가 있는 작은 섬이  참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나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낮즈막히 휘바람으로 불었다. 사실 어젯밤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려고 준비했었는데 조용필의 또 다른 노래“누가 사랑을 아름답다했던가”부분을 김재영 시인과 열창하다가 목이 쉬었다.  - 이 노래 한구절 때문에 어제밤 한곡도 부르지 못했다. 지금까지 목이 따갑다. 그렇게 사랑은 아름답지 않은 것인가? 내가 살면서 사랑을 해본 일이 있는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사랑 속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나는 인색한 삶은 사는 것만 같다. 누구에게나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문즐회원님들을 보면서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를 이제야 조금 알 것같다. 어제 둔치도에서 조금 철이 들었나보다. 그럼으로 나는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는 철부지이다. 아직까지 목에 고통스런 통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더욱 그렇다.  
    이번 부산 모임에서 가장 수고하신 문학의 즐거움 -전홍준 사무국장님이- 앞바다를 가리키며 “날이 맑은 날은 대마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도 전홍준 국장님의 그 부산 사투리 특유의 구수한 음성이 귓가를 맴돈다. 또한 탁명주 사무차장님은 안개낀 바다를 멀리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이번 모임을 준비하느라 쌓였던 마음의 피로를 바다를 바라보며 조금씩 녹이는 것 같았다. 어젯밤 뒷풀이를 준비하고 정리하느라 애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한 그곳엔  부산의 김옥남 시인님의 시화전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둔치도의 노래방에서 열창을 하시던, 그 모습 언제나 큰누나처럼 이해심 넓고 푸근하게 회원들을 감싸주었다. 우리 문즐회원들은 태종대 모자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버스에 타고 부산역쪽으로 이동했다. 일정이 바쁜 회원들은 13시40분 고속철을 타기 위해 부산역에서 내렸다. 그 때의 시간이 10시 40분이었다. 부산역에 내린 이한용 선생님, 오영근 선생님 노민석 선생님과 나는, 노민석 선생님의 안내로 용두산공원을 구경하고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부산의 정서를 다시 한번 만끽하고 바다를 벗삼아 회로 점심을 먹었다. 아주 넉넉하게 먹었다. 왕복 차표를 준비해주시느라 애를 쓰신 노민석 선생님 덕분이었다. 
    고속철이 부산역을 미끄러지듯 떠나고 있었다. 졸음이 밀려왔다.

    ※문학의 즐거움 제2회 시낭송회를 준비하시며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번 모임을 주도하신 부산 문즐회원님들께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3회 서울 모임이 더욱 알차게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2005년 6월 18일 토요일 오후 7시 부산 다대포 송림)


 

                  

                             

                                      나의 홈페이지

 

                                클릭:http://poet.or.kr/youn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형집행 부활 주장을 보며  (0) 2008.03.26
농촌에 늘어나는 숙박업소를 보며......!  (0) 2007.09.30
봉화산에서  (0) 2007.09.21
자살을 바라보며  (0) 2007.09.13
개량한복  (0) 2007.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