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및 유적답사

삼전도비(대청황제공덕비) 앞에 세운 부도는 잘못 조각되었다

윤여설 2006. 8. 9. 09:23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석이다. 병자호란 때에 항전을 하던 남한산성에서 직선거리로 4키로미터정도의 거리에 있다.

   높이4.6미터 폭 1.5미터 두께0.4미터이다. 비의 글을 요약하면"항복한 인조를 죽이지 않고 살려준 것은 청태종이 덕을 펼쳤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다.

   청나라의 끈질긴 요구에 의하여 병자호란이 끝난후 4년뒤에 인조의 명에 따라서, 글은 당시 이조판서(내무부장관) 이경석이 짓고 글씨는 한성판윤(현서울시장) 오준이 썼다. 두 분모두 당대의 대문장가요, 명필이었다. 글씨를 쓴 오준은 치욕감에 절필을 하고 오론손을 돌로 짓이겨 스스로 병신이 되었다고 한다.

 


 

   

   이 부도는 잘 못 조각되었다. 지금 청태종의 발아래서 항복하는 인조는 익선관(임금이 평시에 쓰는 관모)과 용포를 입고 있다. 그러나  산성일기(병자호란을 적은 어느 궁녀의 수필- 매우 사실적이다)에 보면 인조는 "청의(淸衣)를 입으시고 서문으로조차 나가실새"라고 기록돼 있고, 다른 기록엔 "민갓에 힌두루마기를 입고 "라고 당시의 항복하러 가는 모습을 적어 놓았다.

   조각가가 국가의 자존심 때문에 저렇게 조각했을지 모르나 분명한 것은 익선관과 용포를 입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역사는 사실이며 속일 수가 없다. 또한 치욕의 역사도 역사이다. 물론 고대사 부분에서 역사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기록된 사실을  위조할 필요는 없다.

 

 

   청일전쟁 직후인 고종 32년(1895년) 이 비는 한강물에 던져졌으나 1913년 일제가 우리를 폄하하게 위해서 다시 제자리에 세웠다. 그러나 광복과 더불어 그 해 다시 땅 속에 묻혔다. 그후 63년 당시 문교부에 의해 "치욕의 역사도 교훈"이라며 꺼내져 원래보다 동남쪽인 지금의 석촌동에 보존되고 있다. 당시는 허허 벌판이었다.

  이 것으로 보면 일제의 식민통치의 상징인 조선총독부건물(전국립중앙박물관)을 철거한 것은 잘 못된 정책이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물론 당시의 "역사바로세우기"가 국민들의 많은 호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당시의 정서가 철거할 수 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좀 더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우리 조선의 정궁(경복궁)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도 우리가 보존해야 할 역사이며, 길이 후세에 교훈으로 남겨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되는 역사이다.

 

 

 

이제 비문은 점점 부식되어 거의 알아 볼 수가 없다. 십여년 전만해도 매우 선명했다. 아마? 산성비의 영향인 것 같다. 그러나 뒷부분 의 위를 확대해서 잡아봤더니 한문으로 적혀진 "대청황제공덕비"가  선명하게 써 있다.

 

 

   정사의 기록은 수항단에서 인조는 세번 머리를 땅에 찧고 아홉번 절한 것으로 기록되었으나 야사의 기록은 처절하다. 인조가 땅에 머리를 찧는 소리가 작다고하여, 수 없이 반복하여 인조의 이마가 붉은 피로 흥건했다고 한다. 또한 인조가 보는 앞에서 결사항전을 주장했던 일부 신하는 청나라에 의해 맞아죽었다. 그리고 삼학사(윤집. 오달제. 홍익한)는 심양으로 끌려가서 처형당했다.  또한 전리품으로 수 많은 젊은 여인들을 끌고 갔으며, 다시 돌아온 여인들을 부정한 시각으로 보는 "화냥년"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실리와 명분,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국제외교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저렇게 치욕적인 역사를 낳는다.

   "임진왜란과 명나라" 그리고 "6.25동란과 미국" 늘 그랬듯이 역사는 어쩌면 지금의 시대상황과 비슷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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