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및 유적답사

한글고비(古碑)

윤여설 2006. 6. 30. 22:24

 

 

 

 

 

    ( 이 비석은 관람을 위해 다시 세운 모조품이다. 진품은 위의 비각 안에 잘 보존되어 있다.)

 

 

    조선 중종 때 승문원(承文院) 관원을 지낸 이윤탁(李允濯, 1462∼1501)과 신씨(申氏) 부인을 합장한 묘비이다. 옆면에 무덤과 비석의 훼손을 경계하는 한글이 새겨져 있다. 화강암제 사각받침돌 위에 직육면체 대리석 비신을 세운 간략한 형태로 비석의 위쪽 모서리를 비스듬히 다듬었다.
   앞면에는 "권지승문원부정자이공휘윤탁(權知承文院副正字李公諱允濯) 안인신씨적고령(安人申氏籍高靈) 합장지묘(合葬之墓)"라 새겨 합장묘임을 밝혔다. 뒷면에는 "고비묘갈음지(考 墓碣陰誌)"라는 제목으로 부모의 묘지를 함께 새겼는데, 말미에 "가정십오년병신오월립(嘉靖十五年丙申五月立)"이라 하여 중종 31년(1536)에는 건립했음을 밝혔다.
   이윤탁은 본관이 성산(星山), 자(字)는 탁지(濯之)로 1483년 두 형과 함께 사마시에 올랐고, 1501년 문과에 합격하여 승문원 권지(權知)에 보임되었으나 그 해 12월 26일 질병으로 사망했다. '권지'는 조선시대 과거합격자로서 성균관·승문원·교서관·훈련원 등에 나뉘어 있던 임용대기 중의 견습관원을 말한다. 신씨부인(1463∼1535)은 한성판관을 지낸 고령신씨 신회(申澮)의 따님으로 1478년 이윤탁과 혼인하여 슬하에 2녀 3남을 두었다.
   비문에 따르면 신씨부인이 1535년 73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양주(楊州) 노원(蘆原) 율이점(栗伊岾)에 무덤을 쓰고, 이듬해 봄 가까운 곳의 이윤탁 묘에 합장하여 5월 비를 세웠다고 한다. 비문을 지은 아들의 이름은 밝혀있지 않으나 당시 큰아들 홍건(弘楗)과 작은아들 충건(忠楗)이 1521년 사망했으므로 막내아들 문건(文楗)이 지었을 것이며, 글씨도 그의 필적으로 여겨진다. 이문건은 1513년 사마시를 거쳐 1528년 문과에 급제하여 시강원 사서(司書)를 지냈다.
   비의 오른쪽 측면에는 먼저 "不忍碣(불인갈)"이라 새기고 그 아래 "爲父母立此 誰無父母 何忍毁之 石不忍犯則 墓不忍凌 明矣 萬世之下 可知免夫"라 새기어 '차마 훼손하지 못하는 갈(碣)'이니 길이 무덤과 비석이 훼손되지 않도록 힘쓰라는 경계의 말이 새겨져 있다.

 

 

 

  비를 세운 사람은 절대로 훼손을 막기 위해 비의 옆면에, 그 당시엔 매우 파격적인 한글로 

 

  (영비)"라 새기고 그 아래 ""라는 한글을 새기어 "신령스러운 비이니 거스르는 사람은 재화(災禍)를 입을 것이라. 이는 글 모르는 사람에게도 알리노라"라는 뜻으로 잡인의 훼손을 경계하였다. 이 경계의 말처럼 근래까지 잘 보존되어 왔으나 최근 도로 확장공사로 인해 두 차례 옮겨진 적이 있다.
이 한글고비는 훈민정음 반포 후 90여 년이 지난 뒤에 세워진 것으로 당시의 한글 어법(語法)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한글 석문(石文)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예이다. 또 글자체는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 1446)≫이나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1447)≫등 훈민정음 반포 직후의 판본체의 기본을 따랐으면서도 이후 ≪월인석보(月印釋譜, 1459)≫처럼 필사체로 변화되는 초기단계를 보여준다. 부모의 묘비를 세우면서 비측에 경계의 말을 새기고 따로 한자를 모르는 일반인을 위해 한글로 새긴 점이 특이하다. (서울시에서 발췌)

 

 

*우리 집 가까이에 있어서 자주 찾는다.

 도로 확장을 위해서 저 비석을 꼭 옮겨야 했을까?

 옮기지 않고도 우회를 해서 도로 확장이 가능했을 것 같다.

 우리 문화정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한국고고학회원 : 윤여설

 

 

 

 

 

 

홈페이지

www.poet.co.kr/youn

'유물 및 유적답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의 남자 연산군의 묘  (0) 2006.07.06
봉황각과 손병희 선생의 묘  (0) 2006.07.03
백석폭포  (0) 2006.06.29
정선 구절리 오장폭포  (0) 2006.06.27
정선 아우라지  (0) 200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