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알몸의 한강

윤여설 2006. 1. 6. 14:15

 

알몸의 한강
 
 
   
 
     

  버드나무가 우거진 그늘 아래 물고기가 놀고 갈 숲에 새가 우는 강변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전라의 여체보다는 적당히 가릴 곳을 가린 여인이 더욱 아름답다. 한강을 건널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강변은 쓸쓸하기가 그지없다. 아직까지 우리의 문화는 대중 앞에서 알몸을 보여주는 걸 허용치 않고 있다. 얼마전 모 방송사에서 공연중 에 남자의 성기가 노출되어 무리를 일으킨 바가 있다. 그러나 한강은 언제나 완전한 알몸을 노출하고 있다. 콘크리트로 덧씌워져 하늘을 안고 뒤척이는 강물을 보면, 만인들 앞에서 죄 없는 여인이 알몸으로 고문을 당하는 걸 보고도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삼국사기에 보면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하남위례성에 도읍을 정하다"라는 말이 나온다. 사학자에 따라서는 그 하남위례성이 어딘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한강변의 위치한 성곽(풍납토성,이성산성, 몽촌토성 등)중에서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백제는 그 후 오백여년간 한강유역에 도읍을 정했다가 장수왕의 남하정책에 따라 게로왕이 지금의 남한산성에서 체포되어 광진구의 아차산성에서 처형된다. 그 후에 게로왕의 아들 문주왕은 수도를 웅진(공주)를 거쳐 사비(부여)로 천도한다.
 
  잠시 살펴봤듯이 한강은 이미 구석기시대 때부터 우리의 젖줄이요, 고도였다. 옛중국의 문헌에도 한강의 수려함을 노래한 싯귀가 여럿이 보인다.

  분명 한강은 아름다운 강이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로, 개발이 아닌 실패한 성형수술을 해버린 것이다. 한 번 잘못된 수술은 수술로도 고칠 수가 없다. 독일은 지금 시멘트로 포장된 강을 다시 철거하고 복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후로 사라졌던 곤충들과 물고기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청계천을 복원했더니, 잉어가 청계천 상류까지 올라왔다.

 

  우리의 한강은 3공화국의 군사정부의 개발독제 시절부터 무분별하게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홍수의 피해를 막는다고 밤섬을 폭파해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는 기막힐 일이다. 강 가운데에 자연스런 섬이 있으면 더욱 운치가 있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리고 철새들의 보금자리는 물론이요, 그늘에서는 물고기들의 휴식처였을 것이다. 그러한 자연을 홍수의 피해를 막는다고 폭파했으니 그 기상천외한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재해를 막으려는 그때의 논리로는 타당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생태계 복원차원에서 가능하면 밤섬도 원상회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5공의 권위독제가 치적을 앞세운 무분별한 개발의 제물로 희생된 백사장도 다시 조성하고 버드나무도 심어야 한다.
 
  "노들강변(노량진나루)에 봄버들"이었던 한강에 다시 버드나무가 우거져야 한다. 왜 버드나무를 베어 벼렸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들리는 말로는 그 또한 홍수 때에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제게했다는 것이다. 나무가 없는 한강을 바라보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도시적이고 깔끔하고 세련되었지만 차갑고 사나워 보인다.  콘크리트로 잘 도배된 강가는 늘씬하고 시원하지만 풍요함이 없으며 천박하다.

 

   사람의 성품은 자연을 닮아간다고 한다. 둘러봐도 콘크리트 숲의 밀림에 밀림이 물결치는 도시. 그 가운데를 흐르는 강물이 풍요로움을 주지는 못하고 삭막함을 더한다면 얼마나 허무한 걸까!

 

  이제는 옛모습을 완전한 복원을 할 수는 없다. 다만 강변에 버드나무라도 심자. 그리하여  밤에는 강물이 별빛과 가로등불을 안고 뒤척이는 밀애라도 즐기게 하자. 거웃이 노출된 여체는 추해보인다. 나는 오늘도 한강을 건너며 다시 한번 서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 계레의 앞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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