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 윤여설 시인
8월에 마지막 날이다. 물론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시월에 마지막 날보다는 감흥이 적지만, 무덥던 불볕더위와 열대야의 밤! 여름을 보낸다는 의미에서 시원섭섭하다.
올해 여름은 유독 무더웠다. 작년 여름은 매우 선선해서 새해 바다에서 사진을 많이 담았다. 올여름은 매일 코로나 확진자가 네 자리 숫자가 넘어 나들이하기는 좀 부담스러웠다. 또한, 방역 4단계라서 18시 이후엔 식당에도 2명 외엔 출입할 수도 없었다.
이 여름에 무엇을 할까? 어떻게 보낼까? 망설이다가 그동안 쓰고 싶었으나 사정상 밀려두었던 글을 썼다. 뱀에 대한 엣세이 형식의 글을 쓰기로 했다. 10여 년 전 가정 사정으로 양주시 백석읍 복지리에서 잠시, 2년 정도 생활했다. 청정지역이라서 낮에도 고라니가 들판에 나타나서 즐겁게 놀다 간다. 그러나 뱀이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주 발견되곤 했다. 독이 있는 꽃뱀도 가끔 목격됐다. 나는 이 뱀이 왜? 사람의 주거공간이 아파트까지 왔고 어떻게 해야 출몰을 막을까, 늘 심도 있게 생각했다. 책을 사서 공부도 하고 학계에 물어도 봤다. 그리고 파충류세미나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국내 뱀에 관한 연구는 거의 학술적 수준이지 디테일한 연구는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그때부터 내가 번뜩 깨친 것이 있었다. 이 지구의 표면은 인간의 서식지도 되지만 뱀들의 서식공간이기도 하다. 뱀이 아파트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영역이기 때문이고 그 영역을 인간이 점령했기 때문이었다. 뱀은 아파트단지에 온 것은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문이 열릴 때 나오는 따뜻한 온기를 찾아서 온 것이다. 즉, 자신의 서식공간에서 안락한 곳을 찾은 것이 인간의 주거공간였던 것이다.
그 뒤에 많은 탐사를 통해서 여러 종류의 뱀을 만났다. 한국의 뱀 11종 중에 아직 만나지 못한 2종, 제주도 비바리뱀과 매우 작은 실뱀을 빼고 9종에 관해서 글로 적었다. 비교적 누구나가 평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문체로 적어나갔다. 7월 20일부터 8월23일까지 평균 4일에 1종씩 서술했다. 날씨가 더워서 밤잠을 푹 자지 못해서 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9종을 모두 서술을 마쳤다. 뱀에 대해서 준비는 10년을 했지만 서술하는 데는 한 달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준비 기간이 길어서인지 부담 없이 서술을 마치고 블로그에 올렸다.
인터넷에서 반응이 무척 좋았다. 네티즌들이 뱀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하루에 300명 이상이 뱀을 조회한다. 가장 많이 조회하는 뱀이 “쇠살모사 – 가장 많이 물리는 독사”였고 다음이 까치살모사(칠점사) - 가장 큰 독사“였다. 어떤 네티즌은 뱀에 대해서 쉽게 설명해 줘서 고맙다고 댓글을 달아주는 분이 계셨고 메일로 궁금한 것을 묻는 분도 계셨다. 그동안 뱀은 두려운 존재였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뱀에 관한 글들이 학술적으로 서술해 놨을 뿐이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글들이 아닌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분명히 파충류 도감 같은 글도 필요하다. 그러나 매우 징그럽고 다가가기 힘든 생명체이면서도 들이나 산에서 자주 만난다. 또한, 물려서 사망하기도 한다.
나는 이번 글에서 독이 있는 뱀과 없는 뱀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뱀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했다. 또한, 어떤 독자님께서 구별이 잘 된다고 알려왔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매우 기쁘고 행복했다. 또한, 보람도 느낀다.
올가을엔 독사에 물리는 사고가 한 건도 없었으면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도 만나지 못한 실뱀과 비바리뱀을 속히 만나서 국내 뱀에 관해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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