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뱀>
유혈목이(꽃뱀)
- 윤여설 시인
아름다운 배암…….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바늘에 꼬여 두를까보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고운 입술이다……스며라, 배암!/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스며라, 배암! - 서정주의 화사(花巳) 중에서
서정주의 시에서 꽃뱀은 남성을 상징한다. 즉, 치켜세운 꽃뱀의 머리는 남성성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꽃대님같이 아름다운 모습과 ‘달변의 혓바닥이 낼름거리는 붉은 아가리’의 징그러운 모습이다. 뱀은 아름다움과 징그러움의 양면성을 지닌생명으로 표현된다.
우리가 보통 꽃뱀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금품 취득을 목적으로 성을 빙자해 남성에게 접근해 범죄를 저지르는 여자를 지칭한다. 그러나 야생에서의 꽃뱀은 목에 붉은 점이 박혀 있어 “유혈목이” 혹은 “율목이” “화사(花蛇)라고 부르기도 한다. 뱀 중에서는 가장 화려하다. 그러나 야생의 꽃뱀은 성을 빙자하지도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는다. 다만, 파란색에 목에 붉은 점이 박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뱀들은 한번 포식을 하면 일주일정도를 견딘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절대로 사냥을 하지 않는다.그러나 뱀은 뱀이다. 붉은 목이 아름다울지 모르나 징그럽다.
이 녀석의 가장 큰 특징은 코브라처럼 목을 치켜 세운다. 국내에서 목을 세우는 뱀은 이 유혈목이 외엔 없다. 성체의 길이는 보통 60~1m 정도이며 큰편이다. 이 놈은 다른 뱀들이 잘 잡아먹지 않는 두꺼비를 잡아먹는다. 또한 이 두꺼비의 독을 목의 피부에 저장했다가 위험에 처하면 피부를 통해서 분비하기도 한다. 그리고 물고기 사냥도 매우 능숙하게 한다.
또한 꽃뱀은 사람을 보면 재빨리 달아난다. 매우 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놈은 순한 놈이 아니다. 모든 뱀들이 그렇듯이 코너에 몰리자! 사람에게 머리를 치켜세우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려지기는 독이 없는 것으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아니었다. 1984년 일본에서 이 뱀을 가지고 놀던 중학생이 물려서 죽었다. 아버지가 재력이 있는 집안이라서 아들이 죽은 원인을 분석해달라고 학계에 의뢰했다. 꽃뱀을 조사한 결과 독이 발견됐다. 그러나 독니가 발견하기가 매우 힘든 어금니였다. 보통 독사는 독니가 앞니라서 쉽게 구분된다. 그러나 이 놈은 독니를 어금니에 숨기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시골에서 이 뱀에 물려서 죽는 경우가 드물게 있었다. 그 때는 모두가 독이 아니고 파상풍에 의해서 죽는 것으로 알았다. 요즘들어서 학계에서 꽃뱀도 독사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어린 꽃뱀이 대리석 위에 죽어 있다
뱀들 사이에서 유혹을 하지도 않고 순수한 편인 이 뱀이 사람들의 성을 매개로 유혹하는 여성의 닉네임으로 억울하게 이용당했는데 사실은 맹독이 있었던 것이다. 이 녀석도 이름값을 분명히 한다.
사실! 인간이 생태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같지만 아무리 생명과학이 잘 발달해도 자연의 모든 영역을 완벽하게 정복할 수는 없다. 조물주는 내밀한 부분은 분명히 숨기고 있을 것이다. 아직 국내 파충류도 연구가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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