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및 문학행사

[스크랩] [선언서] 시대가 부여한 책무를 짊어지고 나갈 것이다. - 5․18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이하여

윤여설 2013. 5. 23. 16:39

 

시대가 부여한 책무를 짊어지고 나갈 것이다

- 5․18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이하여

 

 

 

  5․18 민중항쟁 33주년을 맞이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5월은 돌아왔지만, 모든 생명이 약동하는 5월을 맞는 우리 작가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착잡하다. 33년 전 어느 봄날에 일어난, 이미 법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끝난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불의에 대한 저항의 가치를 최근 일부 언론과 정부부처에서 여전히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 없이 쓰러져간 이들이 외쳤던 ‘뜨거운 맹세’는 아직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고, 5월의 함성은 그들이 염원했던 ‘미래’를 살고 있는 우리들 가슴에 아프게 날아와 박히기 때문이다.

  죽은 자에 대한 산 자의 의무는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이겠으나, 5월 영령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과거 사건을 추억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우리의 마음은 한층 슬프다. 우리는 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5월의 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애도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한 단계로 도약시키는 것임을 안다.

  또한 그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의무는 그들의 죽음을 다만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뜨거운 맹세’가 현실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쓰는 것임을 안다. 민주주의를 희생으로 얻어낸 5월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임을 알고, 5월의 정신을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문학적으로 유의미하게 계승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분단체제가 낳은 최대 비극인 5 ․18 민중항쟁 33주년을 맞는 봄, 한반도의 평화는 매우 수상하다. 2000년 6월 남북한의 정상이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갖고 채택한 6․15남북공동선언에 따라 남북합작으로 건설된 경제특구인 개성공단이 최근 잠정적인 폐쇄단계에 돌입했다. 비록 ‘경제’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으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주춧돌이 될 수도 있을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는 것은 한반도가 언제든지 일촉즉발의 전시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남북한 정부 당국은 개성공단의 폐쇄가 상대에게 원인이 있다는 책임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모적인 공방이 자칫 7천만 겨레의 목숨을 담보로 한 폭탄 돌리기로 확대될 것을 염려한다. 물론, 국토 수호와 국가 안보는 한 국가의 정책 결정에서 최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정책이 국토를 전쟁의 위험에 노출시키거나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결정일 수는 없다. 서로의 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고, 서로에 대한 요구 조건을 협상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평행선을 그리며 질주하는 두 개의 바퀴가 만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경색국면을 대화국면으로 바꾸고, 대치국면을 평화국면으로 바꾸기 위해 남북한 당국이 한 테이블에 마주앉는 일이다. 이에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남북한 정부가 조건 없이 만날 것을 촉구한다.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는 5.18정신을 계승한 평화와 통일이어야 한다.

  다시 5월이다. 산 자가 죽은 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5월이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책임과 의무를 우리들 자신에게 떠맡기고 싶은 5월이다. 33년 전 5월의 죽음이 온전히 애도되기 전에는 이 무거운 마음의 빚을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가슴 아픈 5월이다. 그리하여 5월은 항상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든다.

  우리는 본다. 자본과 정치권력에 대항한 대중의 투쟁이 발생하는 모든 곳에서, 국민의 삶을 외면하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맞선 모든 저항의 순간에서, 우리는 5월 정신이 촛불이 되어 되살아나는 장면을 본다. 5월은 민주의 이름이고, 평화의 이름이며, 인간다운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권의 이름이다. 억압받는 모든 것의 이름이다.

  이러한 5월 정신을 계승하여 우리 작가들은 한민족의 근원적 고통과 불안 요인인 분단을 극복하고 주체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헌신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양극화 된 국민의 삶과 파탄 난 윤리를 바로 세우고, 천대받는 노동과 인격이 없는 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소통의 신뢰집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이미 5.18 이전부터 자유실천문인협회의 이름으로 부당한 권력에 맞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 올바른 문학 정립을 위해 노력하였다. 오늘 5.18 33주년을 맞아 한국작가회의는 5월의 정신과 가치를 재창조하여 이 시대가 부여한 책무를 글과 몸으로 짊어지고 나갈 것이다.

 

 

 

2013년 5월 18일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 5월문학제 및 전국문학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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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한국작가회의양주지부《 아름다운작가》
글쓴이 : 이진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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