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로드 킬

윤여설 2011. 7. 15. 18:39

 

 

                                                               

 

                                                                로드 킬

 

 

  가끔 고속도로를 넘어들어온 멧돼지나 고라니가 출몰하여 운전자가 놀라거나 자동차와 충돌하여 교통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누구나 한번쯤은 도로에 자동차에 치어 죽어 있는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들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산을 휘감고 도는 순환도로를 지나다가 유심히 꿈틀거리는 나뭇가지같은 물체가 있어 정차해 살펴봤더니 색이 고운 능구렁이였다. 요즘은 보기 드문 뱀이다. 주로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이며 낮에는 바위 밑이나 돌 틈에 숨어지낸다. 아마? 먹이가 급했던 것같다. 그러나 벌써 다른 차에 치어서 등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신음하고 있었다. 살아날 가망은 전혀 없어보였지만, 길가 숲 속에 잘 옮겨주었다.

 

  아스팔트에 이상한 핏기가 어려 살펴봤더니 이 뱀뿐만 아니라 많은 개구리들이 이곳저곳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노면에 껌처럼 붙어 있어서 겨우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다. 저 무참히 비명횡사한 생명체들이나 사람이나 살아야 할 이유는 같다. 또한 모든 생명체들은 죽기를 싫어한다. 나의 목숨이 중요하면 남의 목숨도 내 목숨만큼 중요하다. 또한 저 생명체들의 눈을 살펴보면 사람의 눈보다 투명하고 맑다. 그만큼 순수하고 깨끗하게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저 생명체들의 영역을 인간이 도로를 내서 침범한 것이지 저들이 인간의 영역을 넘본 것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또한 사람도 분명 동물이다. 다른 동물들보다 지능이 높아서, 생테계의 꼭지점을 점하고 있다고 공존해야 할 다른 생명체들에게 무자비한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 사람의 환경파괴로 인해서 사라진 종들이 수없이 많다. 요즘도 하루에 거의 70여종이 사라진다고 한다. 지구상에 생명체들은 모두 유기적인 사슬로 엮여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의 생명체들이다. 그들이 사라진다면 사람도 살 수가 없다.

 

  예를 들면 뱀이 혐오스럽다거나 혹은 잘못된 보신문화로 인하여 마구 잡아서 멸종시킨다면 뱀들의 먹잇감인 쥐나 새 또는 개구리들이 엄청나게 불어나서 생태계에 큰 교란이 일어날 것이다. 요즘 상위의 천적이 사라진 멧돼지들이 객체수 조절이 안 되어 도심으로 마구 출물하거나 마을의 농작물을 헤치는 등의 피해가 일어나 듯이 말이다.

 

  지구별에 생존하는 생명체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있다. 신은 그들을 다스리고 정복하려고 명했지 그들의 생명체를 아무 죄없이 헤치고 말한 경전이나 고전은 어느 곳에도 없다. 지금 도로에 살해되어 질펀히 누워 있거나 사라져간 생명체들의 한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도로를 내거나 댐을 건설할 때는 지금처럼 다소 엉성하고 요식적인 환경영향평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계획을 통해 도로를 건설하거나 댐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생태계의 이동통로을 확보해서 도로건설공사 때부터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노면 상태로는 아무리 생태 이동통로를 만들어 줘도 길 위에서 죽어가는 생명체들을 막을 수가 없다. 도로를 건설할 때는 현재처럼 노면의 높이가 대지와 같게 해서는 안 된다.

 

  먼저 노면 위에 어떤 생명체도 올라오지 못하도록 노면이 땅에서 50센티미터 이상 높이 건설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도로에 철저하게 울타리를 둘러서 고라니나 멧돼지들이 절대로 도로를 침범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 옆의 배수로는 그물방을 씌워서 생명체들이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한 그들의 생태이동통로를 지금처럼 형식적인 통로가 아니라, 그들이 절대로 다니지 않는 통로가 아니라, 철저한 생태분석을 통해서 모든 생명체들이 영역에 지장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생명체들이 사람과 더불어 살수 있는 생태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복지국가요, 신진사회이다. 또한 그 길만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들이 생태계이 값아야 할 최소한의 대가이며 예의이다.

 

지금 이 순간도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죄없이 도로에서 살아져 갈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고 창조주를 대할 면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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