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이 풍요로운 가을에 행복하십니까?

윤여설 2010. 10. 8. 16:10

 

 

 

 

     이 풍요로운 가을에 행복하십니까?

 

 

   벼들도 이제 고개를 숙이고 누렇게 물결칩니다. 밤송이들도 흰 가슴을 드러내고 웃고 있습니다. 모든 자연은 여유롭고 풍성하군요. 올해 한가위의 달빛은 유난히 휘영청 밝군요.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는군요. 변한다는 것처럼 확실한 것도 드문 것 같아요. 이제 곧 풍성한 수확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가을에 저 들녘처럼 풍요롭고 행복하신가요?

 

   사람은 누구든지 희망을 갖고 살아갑니다. 희망은 곧 삶이지요. 그렇다면 희망이 현실로 이루이지지 못했다면 불행한 것일까요?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적인 만족상태를 말합니다. 들판에 누런 곡식들은 잘 여문 것은 여문 것대로, 좀 부실한 것은 부실한 것대로 아름답습니다. 아니! 창조주가 보시기엔 모두가 소중하고 공평하게 사랑스러울 겁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겁니다. 지금 당신 여유 있고 행복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여유를 갖읍시다. 행복은 절대로 손을 펴지 않으면 오지 않는답니다.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지요. 최선의 노력을 했으면 그 뒤는 신의 몫입니다. 거기까지만 우리의 책임이지요.

  

   매우 도덕적인 사람들이 권력을 쥐면 바로 부패로 연관됩니다. 그들은 명예가 주는 행복만으론 만족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돈은 행복의 조건에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답니다. 갑자기 돈을 많이 벌었더니, 큰집에 살고 큰 차를 타는 것 외에 근심은 더 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난하게 살자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성실히 열심히 버는 돈만큼 가치가 큰 것도 드믑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소득이 가장 낮은 '방글라데시'랍니다. 그들은 빈곤해도 마음은 여유가 있는 가봅니다. 내가 살아 있고 오늘 하루도 숨쉬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끼는 것이지요. 주위에 형제가 있고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입니다. 그들처럼 행복은 명예나 권력, 돈에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누구나가 알고 있는 진부한 말이지만 내 마음에 있는 것이지요.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은 없고 문제가 없는 가정도 없다고 합니다. 내가 지금 존재한다는 것 즉, 내가 지금 느끼는 모든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만으로 행복한 것이지요. 생에 고통이 없으면 무엇이 인생인가? 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통도 괴롬도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지요. 내가 지금 살아 있기 때문에 느끼는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운 것들이 모두 행복이랍니다. 소위 그런 행복을 느끼는 것을 존재론적인 행복이라고들 말하지요.

 

   사람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능력발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능력은 한계가 있답니다. 누구나 열심히 마라톤을 연습해도 황영조 선수의 기록은 낼 수가 없답니다. 황영조 선수는 뛰는 것이 우리 보통사람들의 걷는 정도의 폐활량이랍니다. 노력에 의해서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모두가 최고는 될 수가 없답니다. 일등이 있어 꼴찌가 있고 꼴찌가 있어서 일등이 빛나는 것이지요. 최선을 다했으면 일등이나 꼴찌나 모두 아름다운 것입니다.

 

   우리는 개발독제를 겪으면서 “하면 된다” 라는 식의 전투적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이 교육이 잘 못된 것은 아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과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심어줬어야 했습니다. 이 말만 믿고 오직 출세와 성공에 눈이 멀어 본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지 않는 무리한 노력으로 건강을 해친 사람들을 자주 보아 왔답니다.

 

    이 가을에 행복하십니까?

  

   우리 모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집시다.

   잠시라도!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저 파란 가을 하늘을 봅시다. 조심스러웠던 일들, 억눌렸던 일 등을 잊고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내 쉬어보지요. 저 눈 시린 가을햇살을 만끽해보지요. 신은 저렇게 누구에게나 공평하지요. 걱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매우 적다고 합니다. 우리 잠시 여유를 가져보지요. 그리고 억지로라도 행복을 느껴보지요. 지금 어떤 일로 괴롭습니까? 그것이 행복입니다. 지금 슬픈가요? 그것이 행복이지요. 지금 즐거운가요? 그것이 행복이지만 늘 그렇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지요? 누군가 말했지요. 그것이 인생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어쩌면 목적지까지 잘 갈 수도 있고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지요. 내가 살아 있는 것 그 자체가 행복한 것이지요. 좀 부족하면 어떤가요? 그것이 행복인 것을요.

  이 풍요로운 가을에...... (2006년  중추절 다음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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