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형집행 부활 주장을 보며

윤여설 2008. 3. 26. 20:41

                                                   (구 서대문 형무소 사형장 )

 

 

 

 

                     사형집행 부활 주장을 보며

 

 

   얼마 전 어느 인사가 “과거 21명의 아녀자를 죽인 사람(유영철)이 아직도 살고 있다.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사형집행이 안 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는 말을 했다.

 

   요즘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정권이 바뀌자,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사형은 고조선의 팔조금법에도 나와 있고 10여년전까지 집행되었던 우리나라의 오랜 관행인 형행  원칙의 하나였다. 지금 우리나라의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는 63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접어들어서는  전세계197개 국가 중에서, 사형을 완전히 폐지한 국가를 포함한 135개국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그중엔 우리보다 더욱 경제력이 낮은 국가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나라도 근 10여년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서 사형 폐지국의 대열에 섰다. 이제는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형법의 개정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범죄예방의 효과를 노려 다시 사형을 집행한다는 것은, 어딘지 떳떳하거나 자랑스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사형의 문제점은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형을 집행 후에 진범이 잡히는 경우도 있고, 인혁당 사건처럼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또한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또 다른 사실상의 보복 살인을 저지를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사형이 범죄의 예방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어느 곳에도 없다. 외려 검거되면 죽음의 처벌이 두려워서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더욱 잔혹하게 인명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무 죄없는 21명의 인명을 잔인하게 앗아간 범인을 살려두는 것은  인권이고 이유 없이 죽은 사람은 인권이 없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물론  범인을 동정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또한 신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 모두는 죄인이다. 인간의 생명은 신의 권한이다. 그가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법의 이름으로 또 다른 보복살인을 저지르는 일은 옳지 않다. 더욱이 그 방법이 아니면 국가를 유지할 수 없는 전시상태도 아닌 평시에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법의 야만행위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범죄 예방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그 책임을 당사자의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대신하려는 책임회피가 지금 우리나라 말고는 지구상에 어디에 또 있는가?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흉악범죄가 없어서일까?

   고도의 인격을 가진 인간의 가장 동물적인 보복행위인 사형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폐지돼야 한다.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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