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를 쓰며, 생각하며

윤여설 2007. 6. 10. 15:34

 

 

                                                      (충남대 탑)

 

  지난달 중순경 충남대 국문학과 4년 여학생 두 명이 시창작 과제물 리포트를 작성키 위해 인터뷰를 다녀갔다.

 

   언젠가, 서울에 사는 문창과 남학생들이 학교에서 내 작품을 텍스트로 공부했다고 집에 찾아와서 술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때는 학생들도 취하고 나도 취해서 다음날 아내로부터 이제 독자는 다시 만나지 말라고 충고 아닌 주의를 단단히 들었다.

 

내가 시집을 많이 낸 것도 아니고, 1년에 두세 번정도 문예지에 발표할 뿐이며 또한 독자를 확보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책을 냈을 때 잠시 반짝할 뿐, 요즘은 동료 시인들 외엔 연락이 오는 독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 번에 찾아온 두 학생은 범상치 않은 독자였다.

  우선 그 학생들은 내 시집 두 권(아름다운 어둠, 문자메시지)을 거의 암기에 가까울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다. 또한 질문 내용도 매우 예리했고 성(性)에대해서도 거침없이 물어와서 내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작가를 선정하느라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으며 장차 교수의 길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두 명 모두가 장학금을 받고 있었다.

 

  3시간 정도의 인터뷰를 마치며, 나보다 내 작품을 잘 알고 있는 독자가 있고, 나보다도 내 정신세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적이 기뻤으나 매우 큰 책임을 느꼈다.

 

  함께 활동을 시작한 문우들 중엔 다섯 권의 시집을 낸 분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올해 내려고했던 세 번째 시집에 대하여 머뭇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좀 더 좋은 작품으로 묶어서 내 놓아야 겠다. 조금이라도 문학성이나 작품의 형성화가 부족한 작품은 과감히 배제해야 겠다. 내 작품을 이해하는 단 한명의 고급독자를 만나더라도 그를 위해 작품을 써야 겠다. 내 작품을 읽는 분들의 영혼에 독은 먹이지 말아야 겠다.

 

  인터뷰 과제물 채점이 끝나면 리포트를 보내준다고 했으니 은근히 기다려진다. 물론 이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

 

  그들은 나에 대하여 어떤 평가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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