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영화【실미도】를보고 - 윤여설

윤여설 2006. 2. 2. 00:25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폭력 

        -영화【실미도】를보고


                           - 윤여설 시인



 실미도가 매일 한국영화의 흥행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액션영화로서의 실미도는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장면이 클라이막스라는 점과 시사성(時事性)이다.
  도입부의 사형집행 장면과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다는 김신조의 회견 등이 범상치 않게 전개될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지옥에 가까운 비인간적인 몽둥이질의 훈련장면과, 진흙탕에서 수달처럼 철조망을 통과하는 장면, 눈밭에서의 전투 등등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전대미문의 리얼한 장면들을 훌륭하게 연출해냈다.

  교도소에서 감언이설에 속아 차출된 중범죄자들은 북한에 침투해 김일성의 목을 따오면 면죄부를 받아 사회에 복귀해준다는 말을 사실로 믿고, 외딴섬 실미도에 철저하게 감금되어 훈련을 받는다. 인두로 담금질, 외줄타기, 사격술과 단검던지기 등의 인간성 말살의 특공무술을 익히며 북한에 가는 날만 기다린다. 그 와중에서 훈련중에 두명이 희생되기도 한다. 아니, 그들은 사형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실미도의 생활이 더 나을지 모른다. 또한 북한에 한번 침투하다가 되돌아 오기도 한다. 영화에는 그렇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따라서 남북은 평화통일의 화해무드로 간다. 더욱이 북파 공작원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또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지만 그런 북파부대가 존재했었고 살인적인 훈련이 실시된 것은 사실이다. 소설보다 현실이 더욱 소설적이며, 신화는 현실을 능가할 수가 없다. 실미도 부대원들의 훈련은 이 영화보다 더욱 혹독했을 것이다.
  그러나 좀 작위적이고 어색한 장면도 눈에 띈다. 밧줄에 목이 걸려 사형이 집행된 사형수(설경구)가 다시 살아서 실미도 대원으로 가는 것은 어딘지 좀 작위적이며 어색한 감이 든다. 또한 영화라곤 하지만, 특수대원 답지 않게 마지막 자폭 직전에 부대원들이 혈서를 쓰는 장면 등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과연 국가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가를 생각했다. 오로지 “김일성의 목을 따기 위해” 이러한 한시적 특수부대가 창설되었다. 그 부대원들은 모두 범죄자로 구성되었으며 그들은 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국가의 폭력 아래 인권은 깡그리 무시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현실은 부대원 모두가 범죄자는 아니라는 설도 있다.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인권을 지켜주지는 못할지언정, 아무리 범죄자들이라도 국가 권력의 이름으로, 그들의 인권을 유린할 수는 없다. 법은 결코 약자 편에 서지 않는 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국가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특수부대도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대의 보안은 철저히 유지되더라도 법률에 근거해서 창설돼야 할 것이다. 또한 부대원들은  투철한 애국심과 민족의식이 강한, 지원자들로 구성돼야하며, 그에 합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실미도 부대원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었다. 오로지 특수목적을, 위해 범죄자들이라는 이유만로 민간인을 군에서 훈련시킨 -국민의 군대가 아닌 -소모품성격의 국가권력의 사병(私兵)들이었다. 

  영화 속에서 남북 화해무드를 타고 이 실미도대원들의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교육대장(안성기)은 상급부대장을 만나서 실미도부대원들을 공군에 편입시켜주든지, 월남전에 파병시켜달라고 애걸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했다. 부대 해체가 결정되고 대원들을 모두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지자, 부대원들은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섬을 탈출한다. 그리고 버스를 탈취해서 서울로 향하다가 저지를 받자, 교전 끝에 모두 자폭하고 만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서울 대방동 부근까지와서 저지를 받자 교전을 했으며, 거의가 사살되고 일부가 체포되어 군사재판에서 총살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영화에서처럼 부대원들이 중범자들로 구성되었더라도 실미도 사건에 대한 진상은 규명돼야 한다. 그것만이 국가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이며, 실미도 부대원들의 영혼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사건들의 재발을 막을 수가 있을 것이다. 
  실미도 사건은 국가라는 제도권 폭력에 의해 저질러진 또 다른 범죄이며 현대사의 비극이다. 
  영화가 끝나고 어느 여학생이 목매인 음성으로 ‘사람은 부자집에 태어나야해’라고하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의 글처럼  “실미도 대원들의 명복을 빕니다.”



2004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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