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봄 날

윤여설 2005. 12. 26. 12:10

                                 

        

     

봄 날



              



투명한 구슬 속이다

숨었던 생명은 초록 깃발 하나씩을 들고

점령군같이 솟아오르며 아우성 친다

저 과수원 휘감고 도는

달빛같은 은은한 배꽃 

굳은 마음도 아득함에 젖는다

볕을 이고 살랑거릴 때마다

다감한 여인들 음성처럼

베토벤 소나타 월광이 들려온다

잔물결 같은 건반 위 유쾌한 손놀림

그것은 타는 정적을 가만히 깨는

임부의 출산하는 기쁜 고통소리다

풍성한 한해의 결실을 예고하는

저 어느 편안한 곳 눈먼 소녀는

행복에 젖어 있을 것이다

선율에 취해, 선율에 취해



'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핸드폰  (0) 2005.12.26
황금관  (0) 2005.12.26
갈대꽃  (0) 2005.12.26
목격자  (0) 2005.12.26
고독한 멋  (0) 200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