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그리운 봄

윤여설 2005. 12. 26. 12:05
 

그리운 봄




스모그로 뒤덮인 하늘 한자락을

삘딩 앞 목련이 하얗게 덧칠한다

누굴 기다려

올해도 순백의 꽃짓인가

겨우내 언 마음도 풀어진다

도로변 개나리가 소음에 시달려도

어김없이 노랗게 피어 행진한다

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공해에 찌든 건 마음일뿐

계절은 아직 건강하구나

왜, 어쩌자고 봄마다

먼산 진달래를 보며 열병앓던

유년의 황홀한 불면

그 시절을 애타게 그리워 할까

해 지고 별 뜨고 먼동 바라다가

불혹 지나 몸은 임산부같이 비대해져도

세파에 서서히 야위어가는 정감

아쉬워 숨을 가다듬으면

아직 봄은 거기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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