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
스모그로 뒤덮인 하늘 한자락을
삘딩 앞 목련이 하얗게 덧칠한다
누굴 기다려
올해도 순백의 꽃짓인가
겨우내 언 마음도 풀어진다
도로변 개나리가 소음에 시달려도
어김없이 노랗게 피어 행진한다
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공해에 찌든 건 마음일뿐
계절은 아직 건강하구나
왜, 어쩌자고 봄마다
먼산 진달래를 보며 열병앓던
유년의 황홀한 불면
그 시절을 애타게 그리워 할까
해 지고 별 뜨고 먼동 바라다가
불혹 지나 몸은 임산부같이 비대해져도
세파에 서서히 야위어가는 정감
아쉬워 숨을 가다듬으면
아직 봄은 거기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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