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고려장

윤여설 2005. 12. 26. 11:38
 


고려장



흔적이 없구나

앞니 빠진 아이들이 뛰어 놀았고

아직은 등 굽은 붕어가 원망도 없이

지렁이를 쫒았고 그 위로

허기진 물총새가 나르는 사이

저쪽과 이쪽 마을의 외롭지 않으려는

인심이 징검다리를 훈훈히 오갔다

목이 하얀 은사시나무가 서 있었고

구린내가 코끝을 스쳤지만

치료가 가능했는데

더럽히고 더럽다고 관을 씌워

뚜껑을 덮고 위에

아주 고층건물을 지었구나

아직은 괜찮았는데

약수 같은 물이 흐르게 할 수도 있었는데

질식사시킨 복개천 위로

나르시시즘에 취한 자동차의 물결

어제도 보수공사 중 가스 폭발로

부상당한 인부들

억울한 개천이 진노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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