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아름다운 어둠(전편수록)

철길에서

윤여설 2005. 12. 26. 11:35

 

7






 


철길에서



낯선 이곳에 유배될

꿈이나 꾸었을까

한 때 밀림에서 튼튼한 근육을 자랑하며

키 크고 덩치 좋아 부러운 눈총 샀을 녀석들

참, 고맙구나

건강한 죄로 미이라되어

콜타르 전신에 화장하고 자갈 위 누웠다

육중한 하중을 온몸으로 받아도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고

침목(枕木)들은 묵비권이다


이 정도는 거뜬하지 암......


노반 위 별들이 찬란할 때는

이 성자들도 레일의 족쇄 박힌 전신을

울분으로 삭이며 고향을 동경한다

그 때 마주서 키재기하던 녀석들

어디서 무엇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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