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沈歿)
- 이상 시인
죽고 싶은 마음이 칼을 찾는다. 칼은 날이 접혀서 펴지지
않으니 날을 노호(怒號)하는 초조가 절벽에 끊치려든다. 억
지로 이것을 안에 떠밀어 놓고 또 간곡히 참으면 어느 결에
날이 어디를 건드렸나 보다. 내출혈이 뻑뻑해 온다. 그러나
피부에 상채기를 얻을 길이 없으니 악령 나갈 문이 없다. 갇
힌 자수(自殊)로 하여 체중은 점점 무겁다.
(1936.10.4 <朝鮮日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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