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베란다의 춘란이 꽃을 피웠습니다.
참으로 혹독했던 지난 겨울을 인내한 승리자입니다.
겨울에 베란다의 빗물관이 얼어 터지기도 했습니다.
이 곳으로 와서 단, 한 번도 꽃이 피지 못했느데 추위에 시달리더니
더욱 강해지고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도 지난 그 혹독한 겨울을 견디었으므로
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플라스틱 화분에서도 겨울을 인내하고 핀 꽃이 아름답군요.
난초(蘭草)
- 이병기 시인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1] : 난초가 개화하는 순간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2] : 난초의 시련과 향기
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 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3] : 난초의 생명력
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르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이 봉오리도 며칠 후면 꽃이 필 것 같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푸른 엄지족
문자메시지
아름다운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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