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에 와서 14
혼곤히 땀에 젖어 눈떴더니
아파트단지 가득 어둠타고
재잘거리며 내리는 눈
속
어지럽게 울어대는 개구리들
잠시 눈부친 사이
현기증에 정신을 가다듬으면
창 두드리는 뱀들의 비명!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생명체들의 다급한 음성
고라니의 놀란 눈
삼동은 깊어가는데
이곳의 아홉 달이 강렬하게 스친다.
개천을 거슬러 오르지 못해
콘크리트 보에 해딩하며
사투하던 참개구리는 지금 어디 있을까
달구어진 콘크리트 둑을 오를 수 없어
정처없이 떠내려가던 무자치가
아직 구천을 맴도는구나
잠시!
소파에 앉으면 또 매아리치는 그들의 절규
당신들 때문에...!
인간들 때문에...!
이 어지러움!
그 아홉 달 희열의 상처들!
어둠타고 창에 부딪쳐 낙화하는 생명체들의 한
이들이 날 깨웠구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