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서점이 사라져가는 거리

윤여설 2008. 9. 25. 11:02

 

 

 

 

  요즘 도심의 파란 하늘이 유난히 높고 맑아 뵌다. 아침저녁으론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제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런 날은 아무리 많은 책장을 넘겨도 피곤치 않을 것 같다. 꼭 책 읽기가 좋은 봄과 가을이 아니더라도 책은 우리의 손을 떠날 수 없고 떠나서도 안 된다. 또한 독서량은 그 나라의 선진국 지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디지털사회에 접어들면서 청소년들도 책보다는 컴퓨터가 가깝다. 지하철에서도 독서보다는 핸드폰이나 PMP 등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동영상 등을 감상하는 데에 몰두한다. 그리고 거리의 PC방도 많이 눈에 띈다. 한국인들이 일주일에 책 읽는 시간이 3시간을 조금 넘으며 이는 세계 1위인 인도의 10.7시간과 비교해 1/3에 지나지 않는 량이다.

  우리 마을에서 유일했던 서점이 요 며칠 사이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자리엔 음식점이 들어섰다. 서울 시내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사이에 서점이 전혀 없는 곳도 많다. 즉, 마음의 양식을 구할 곳이 사라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이 나지 않으면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서점은 좀 다르다. 모든 학문이나 지식의 뿌리는 책 속에 있다. 00일보에서도 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1년동안 ‘거실을 서재로’의 캠페인을 벌였다. TV가 주인이었던 거실을 가족들과 책을 읽는 공간으로 바꾸자는 운동이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IT산업의 발달로 책도 인터넷에 의한 온라인 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다. 기존의 영세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만큼 책을 보유할 수도 없고 또한 가격경쟁에서 따라갈 수가 없다. 그리고 책도 CD나 전자책을 발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는 뭐니 뭐니 해도 서점에서 직접 손에 쥐어보는 넉넉한 질감이 제일이다. 우선 부피를 확인할 수가 있고  내용을 살펴보기가 용이하다. 또한 컴퓨터 모니터에 비하여 피로도가 낮다.

  책이 거리에서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책을 구하려면 시간을 내서  대형서점으로 가거나 인터넷에서 구입해야 한다. 대형서점으로 갈 경우,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책과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진다. 또한 인터넷에서 구입할 경우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거리에 몸을 위한 음식점은 즐비해도 마음을 살찌울 지식이나 삶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책을 구매할 곳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이 없는 도시는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 또한 서점이 사라진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디지털문화가 아무리 발달해도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서점을 꼭 시장경제논리로만 존속시키려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마치 농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하여 포기하고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듯이 말이다. 국가에서는 감세정책을 쓰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적인 배려를 해서 서점이 일정 구역 안에 한 개 정도는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세계의 유명 경영인들은 모두가 독서광이다. 특히 빌게이츠나 박용성 두산 회장, 안철수 연구소장,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 등의 공통점은 엄청난 독서량으로 책 속에서 경영의 진리를 얻어 성공한 경영자로 평가된다.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남자는 모름지기 세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고 했다. 우리는 세 수레는 읽지 못하더라도 평생에 한 수레 정도라도 책을 읽는 국민이 되자.

  가뜩이나 책을 읽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자칫하면 거리에서 책을 구경할 수 없는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쉬는 날 아이의 손을 잡고 책을 한권 사러 가려고 해도 막막하고 갑자기 책이 한권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거리에서 책이 사라진다면 외형적으로 아무리 부강하고 발전해도 그 나라 국민들은 오직 배부른 돼지에 불과할 뿐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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