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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경찰 ‘강력사건 축소보고’ 관행 고백(한겨레신문)

윤여설 2008. 4. 2. 23:17
 

 

 

 

 

 

일선경찰 ‘강력사건 축소보고’ 관행 고백

범죄율 연동 성과급’ 원칙대로 보고땐 무능 낙인
“절도범 검거보다 교통단속 실적 올리기 혈안”
“피해 크지 않으면 지문 안나온다 거짓말도”
 

   경기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 이후, 민생치안 현장을 담당하는 경찰 지구대의 허술한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의 안이한 초기 대응에 대한 여론의 질타도 매섭지만, 당사자인 경찰 안에서도 현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31일 경찰청 직원 전용 게시판에는 “지금 구조로는 지구대에서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해 보고할 수밖에 없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에는 ‘물말기, 물타기, 까먹기’(사건을 축소하거나 보고 없이 무마하는 것을 일컫는 은어) 등이 왜 관행화될 수밖에 없었는지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한 경찰관은 “언제부턴가 일선에서는 도난 사건을 까먹고, 강력사건을 일반 사건으로 축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일을 잘 처리하는 직원을 두고 유능하다고 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범죄 발생 증가율이 경찰서장 평가와 직원들의 성과급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축소 신고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관이 사건을 ‘축소’하는 방법을 써놓은 글은 충격적이다. “도둑이 들었다는 무전이 오면,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어떻게 뭉개야 하냐는 생각 때문에 긴장한다. 피해가 크지 않으면 손전등으로 몇 번 비춰 보고 지문이 나오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다. 과학수사반이 지문감식을 하게 되면 원칙대로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령실 무전으로 ‘피해경미, 순찰강화 요망’이라고 처리하면 유능한 직원으로 칭찬을 받고, 원칙대로 보고한 직원은 무능하다고 낙인찍힌다. ‘절도 발생 없음’으로 인수인계하고 퇴근을 하면 왜 이리 뒤통수가 무거운지 ….”

 

   실적만 강조하는 업무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경찰관은 “지구대 직원들이 무면허 및 음주단속에 혈안이 돼 있다. 힘든 절도범 검거는 언제부터인가 없어졌다. 본서에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생활안전과장은 단속을 독려한다. 주민들에게 피부로 느끼는 치안은 실종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게시판에는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등장한다. “근무교대를 위해 교양을 받으러 가면 ‘우리 지구대가 휴대폰 사용 스티커 발부 실적에서 5위를 했으니 더욱 분발하라’고 한다. 이어 ‘윗선에서 절도 사건이 보고되면 싫어하니까 잘 알아서 근무하라’는 말이 이어진다. 근무가 시작되면 함정단속이 쉬운 장소에 가 신호위반 차량을 적발한다. 하지만 신호위반 스티커를 끊지 않고 무단횡단 스티커를 발급한다. 무단횡단으로 단속해야 지구대 실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 파출소 몇 곳을 묶어 지구대로 전환한 취지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경찰 안팎의 중론이다. 당시 경찰은 ‘강력범죄 초기 대응력 강화와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치안 만족도는 더 낮아졌다. 연세대 대학원 행정학과 이종혁씨가 2008년 2월에 쓴 석사논문 <순찰지구대 도입의 정책 효과성 연구>를 보면, 112신고 뒤 5분 이내 현장 출동률은 2002년에는 94.9%였으나, 지구대 개편 뒤인 2003년에는 85%, 2004년 80.1%, 2005년 81.9%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살인·강도 등 이른바 5대 주요 범죄의 현장 검거율도 2002년은 94.1%였지만 2003년 79.7%, 2004년 76.5%, 2005년 80%로 나타났다. 석진환 김기성 기자 soulfat@hani.co.kr

 

 

(한계레신문에서 옮겨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