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곶감

윤여설 2007. 12. 23. 17:26

곶감

 

 

 

저기 저 산 넘어 개울가 양지바른 언덕

진달래 피고 새소리 도랑물소리 어울려

나무가 나무끼리 몸비벼 아무렇지 않은

모두가 우리인 곳

 

잔가지 하나 하나 물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에 둥지 틀어

한겨울 강풍에 견디는 까치소리

나를 부르는 곳에

작은 집 짓고 살겠습니다

 

오늘같이 눈 많이 온 날

길 잃고 헤맨 노루 찾아들면

헛간에 볏집 펴주고

허기에 지친 토끼, 꿩 찾아오면 광에

마지막 한 홉 토방에 뿌려주겠습니다

 

며칠 굶은 이글이글 타는 범이 뒤쫓아

으릉거리면

나,

그 때 덥석 나가리다

흰눈 위에 선혈의 붉은 꽃 핀 자리마다

봄에 감나무가 자랄겁니다

 

벽장에 곶감이 가득하면

아이울음 그치고

이제 범은 오지 않습니다

 

저기 저산 너머

모두가 우리인 곳

까치가 둥지틀어 나를 부르는 곳에

작은 집 짓고 살겠습니다

 

 

 

 

                                                                       나의 홈페이지

                                                                    클릭http://poet.or.kr/youn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사람  (0) 2007.12.30
새로운 탄생에게  (0) 2007.12.23
가장 신나는 가족  (0) 2007.12.10
새벽  (0) 2007.11.22
첫눈 오는 밤  (0) 200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