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저기 저 산 넘어 개울가 양지바른 언덕
진달래 피고 새소리 도랑물소리 어울려
나무가 나무끼리 몸비벼 아무렇지 않은
모두가 우리인 곳
잔가지 하나 하나 물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에 둥지 틀어
한겨울 강풍에 견디는 까치소리
나를 부르는 곳에
작은 집 짓고 살겠습니다
오늘같이 눈 많이 온 날
길 잃고 헤맨 노루 찾아들면
헛간에 볏집 펴주고
허기에 지친 토끼, 꿩 찾아오면 광에
마지막 한 홉 토방에 뿌려주겠습니다
며칠 굶은 이글이글 타는 범이 뒤쫓아
으릉거리면
나,
그 때 덥석 나가리다
흰눈 위에 선혈의 붉은 꽃 핀 자리마다
봄에 감나무가 자랄겁니다
벽장에 곶감이 가득하면
아이울음 그치고
이제 범은 오지 않습니다
저기 저산 너머
모두가 우리인 곳
까치가 둥지틀어 나를 부르는 곳에
작은 집 짓고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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