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내시 묘’ 도굴이 무서워 [중앙일보]
은평뉴타운 주변 수십 기 방치
묘비 사라지고 석물도 부서져
“귀중한 조선 역사 유적 보존을”
묘비 사라지고 석물도 부서져
“귀중한 조선 역사 유적 보존을”
이 중 상당수는 조선 내시들의 묘지다. 드라마 ‘왕과 나’(SB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조치겸(전광렬)과 같은 벼슬인 판내시부사(정2품, 현재의 장관급)의 묘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서 대규모 내시 묘가 발견된 것은 2003년. 이후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내시의 역사와 생활상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유적 관리는 소홀해 도굴꾼이 활개 친 흔적이 역력했다. 이날 박상진(44) 은평향토사학회 부회장과 함께 뉴타운 주변의 내시 묘역 답사에 나섰다. 박 부회장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내시의 세계를 자세히 소개한 책 『내시와 궁녀, 비밀을 묻다』의 저자다. 그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내시 묘역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문화재로 지정,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시 유적의 보고=은평 뉴타운 인근에 조선 내시의 묘가 많은 이유는 이 지역이 왕실 묘역인 서오릉과 왕실 사찰인 수국사가 가까운 데다 북한산 자락과 이어져 산세가 좋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뉴타운 예정지에서 조금 떨어진 진관내동 중골 마을에 있는 45기의 묘역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내시 묘역 중 최대 규모다. 유력한 내시 가문이었던 이사문공파의 문중 묘지로 다행히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다. 여기서 가장 오래된 것은 광해군 때 자헌대부(정2품) 승전관(왕명을 전달하는 벼슬)이었던 김충영과 부인 이씨의 합장묘다. 숙종 때 정헌대부(정2품)로 내시부 최고 책임자인 상선을 지낸 임성익과 부인 차씨가 나란히 묻힌 쌍분도 있다. 비문에는 75세에 사망한 임성익에겐 양자가 둘인데 장남은 강만재, 차남은 박만창이고, 다시 장남의 양자로 김태웅·태희 형제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내시가 성이 다른 아들을 입양해 대를 이으면서 돌림자를 써서 이름을 지어 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역사적 가치 있는 묘역 관리 시급”=진관외동 은평웹미디어고교 뒷산에도 명종 때 상선 노윤천의 묘를 포함한 내시묘 3기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낙엽 속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상태여서 정비와 관리가 시급하다. 특히 상다(임금의 다과를 준비하는 벼슬, 정3품)를 지낸 김경량의 묘비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묘소 옆 문인석 1기는 포승에 꽁꽁 묶인 채 땅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모두 도굴꾼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역시 진관외동에 있는 상약(임금에게 약을 올리는 벼슬, 종3품) 신공의 묘에도 도굴 흔적이 역력하다. 비석은 땅에 눕혀 있고, 동자석의 머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시 묘는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관리하는 기관이 없다. 박상진 부회장은 “내시 묘는 조선 내시 연구에 귀중한 유적인데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앞으로도 유적이 훼손되고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내시 묘는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하음군 전균의 것이다.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되는 데 큰 공을 세워 숭록대부(종1품)까지 올랐다. 주정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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